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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원장 “트럼프 4년, 韓 작심하고 혁신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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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전략혁신 허브 구축, 국제통상 분야 권위자

“트럼피즘, 변화와 개혁 추구하는 시대정신…

제조업 부흥시키려는 미국, 한국에 기회

초당파적 지원, 기업가 활동 앞서 정확 진단 필요”

최병일 태평양 원장이 17일 서울 종로 사옥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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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최원영 아시아투데이 산업부장·정리 안소연 기자 = "트럼프 2기는 1기 보다 더 파워풀하고 속도감 있게 정책을 몰아칠 것이다. 그만큼 파열음과 충격도 셀 거다. 혼돈을 던지는 트럼프와 협상하려면 결이 다른 방식으로 뚫기 어렵게 하거나 트럼프와 유사하게 긴장, 변덕을 즐겨야 한다. 어중간하면 윈윈 협상 어렵다. 트럼프 2기 행정부 4년의 기간, 첨예한 미중 갈등을 이용한다면 중국에 추격당하던 한국 제조업에 놓칠 수 없는 혁신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저명한 통상 전문가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 허브 원장을 만나 들어 본 트럼피즘에 관한 인터뷰 요지다. 아시아투데이가 '트럼피즘 2.0을 넘어라'를 주제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진행하는 'K-산업비전포럼'을 앞두고 최 원장을 만나 트럼피즘이 향후 국내 미칠 영향과 이를 헤쳐나갈 해법을 들었다.

17일 서울 종로에서 만난 최병일 원장은 통상 분야에서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서비스 협상과 세계무역기구(WTO) 기본통신협상에서 한국 대표로 활동했다. 굵직굵직한 현장 경험을 안고 2006년 한미FTA로 국론이 분열됐을 때는 경제학자, 법학자, 전직 관료 등 20여 명과 FTA 교수 연구회를 만들어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최병일 태평양 원장이 17일 서울 종로 사옥에서 본지 최원영 산업부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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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용주의자 트럼프, 결과 중심 협상 패턴 대응 전략 짜야


최 원장은 트럼피즘을 두고 '기존의 워싱턴 중심의 정치에서 외부의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시대정신'이라고 요약한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저물더라도 제2, 제3의 트럼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민주당도 앞으로 선거에서 이기려면 기존의 강론으로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 1기와 2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금 트럼프의 생각이 미국을 '압도적으로 주도한다'는 것이다.

2016년엔 예측 못한 상태에서 트럼프가 당선 되면서 내각 인선에 애를 먹었고, 때문에 기존의 전통적인 미국 가치를 갖고 있는 이들을 중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최 원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25%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던 자동차 관세는 안팎의 반대에 부딪혀 시행되지 못했다. 반면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자신의 사람들로 주요 자리를 채운 지금은 아무도 트럼프를 말릴 사람이 없다는 분석이다.

"1기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화를 추구했다면 2기는 확신에 가득 차서 밀어붙이는 겁니다.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은 다른 사람이 자기의 패를 읽지 못하게 다수의 목표를 던지고 그 가운데 다른 사람으로부터 평가할 기회를 안 주는 겁니다."

최 원장을 트럼프 정부를 두고 "실용주의자"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를 상대하려면 철저히 트럼프와 다른 방식의 협상을 해서 뚫기 어렵게 하던지, 트럼프와 유사하게 긴장과 변덕을 즐겨야지, 어중간하면 어렵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최 원장이 우려한 대로 '어중간'하다. 정치적 문제로 '팀 형성'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여기에 지난 15일 미국이 한국을 원자력, 인공지능(AI) 등의 협력을 제한할 수 있는 '민감국가 리스트'에 추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트럼프 정부가 아닌 지난 1월 바이든 정부에서 진행된 건이다. 동맹국을 리스트에 넣으면서 한미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최 원장은 "제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소통이 안 됐다는 그 자체가 되게 함의가 있는 것 같아 그 내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평생 CEO를 해 온 사업가인 트럼프가 지금 '계약직 대통령'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푸틴이나 김정은 등 소위 '스트롱맨'과 담판을 내는 방식의 딜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는 게 최 원장 설명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하며 한국과의 조선협력을 언급한 것이 상징적이라고 봤다.

"트럼프가 어디에 꽂혀있는지 봐야 합니다. 미국에 21세기 패권 전쟁의 마지막 승부처는 중국입니다. 그런데 해군 전력이 당장은 앞서 있어도 전함 구축에 보완이 필요한 것이죠. 그때 한국, 조선이 필요한 겁니다."

최병일 태평양 원장이 17일 서울 종로 사옥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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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경제 핵심은 제조업, 초당파적 지원 필요


트럼프의 경제 공약의 핵심은 미국 경제를 더 활성화하는 것이고, 그 중심에는 에너지와 첨단 AI와 같은 제조업이 있다.

"제조업 비중은 미국 GDP의 10%도 안 됩니다. 트럼프 4년 동안 아무리 열심히 해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안 되는 거거든요. 우리는 중국을 제외하면 이쪽 분야에서 세계에서 거의 선두에 있습니다. 우리가 아쉬운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거죠."

고관세 정책은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피하고 싶다면 현지에 투자하라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모든 산업군에 적용하기 힘든 이론이다. 물론 유연성은 보이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자동차 분야 관세를 1개월 유예했다. 다만 "트럼프의 마음에 달린 게 문제"다. 최 원장은 "대한민국처럼 다자 체제 규칙의 중심에서 규칙을 지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이 사라졌다"면서 "대안을 혼자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에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 있는 몇몇 나라와 미니 연합을 구성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정치와 외교의 영역"이라고 분석했다.

조선 협력과 민감국가 지정, 관세 폭탄, 그리고 불확실성. 트럼프 정책은 한국에 과연 득일까, 실일까. 이 상황들을 초래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오히려 기회가 있다는 게 최 원장의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한국 정상과 통화하면서 조선 협력을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의 사이가 원만했다면 오지 않았을 제안이다.

"우리가 전체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G7 국가에서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 같은 경우에는 고도의 정보 민감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중국의 딥시크, 화웨이 안 쓸 겁니다. 거기에 우리에게 기회가 있습니다.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거나 중국이 우리를 앞서가는 부분에 대해 4년간 작심하고 혁신을 이끌어 낼 기회라는 걸 파악하게 되면, 이제 국내 정치에서는 초당파적인 지원과 기업가들의 활동이 필요합니다."

실도 있다. 규범 중심의 자유무역의 질서 자체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다수의 분쟁이 예상된다. 여기서 더 어려움을 겪는 곳은 중소기업이다.

"우리가 우리를 잘 진단해서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트럼프 2기에서 어떻게 맞물려 역전할 계기가 어떤 것인지 분석이 돼야 합니다. 대기업은 잘 할 것이고, 중소기업 등은 협회나 정부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박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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