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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광 칼럼] 미국 투자은행의 인력 감축으로 보는 인공지능 혁명과 경기 침체의 기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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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미래는 과거의 흐름을 참조하면 메가 트렌드를 예지할 수 있다. 80년대 초, ATM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미국에서만 100만명의 은행 직원이 구조조정 당했다. 최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미국 주요 투자은행들이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경기 침체에 대비한 선제 대응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투자은행들이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의 형태 자체를 인공지능 혁명에 맞춰 재설계하는 변곡점에 와 있다.

1. 인력 감축의 3대 추진력

(1) AI의 업무 대체 확대

투자은행의 전통적인 고부가가치 업무인 IPO와 초단타 고빈도 트레이딩(HFT)조차 이제는 인공지능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자동화 영역 확대: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계좌 개설, 알고리즘 트레이딩, 리스크 평가 모델링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이 아닌 AI가 실무를 수행하고 있다.

-JP모건 사례: 자체 개발한 'LOXM' AI는 트레이딩 주문 체결 효율을 20% 이상 높이며, 트레이더 수요를 대폭 줄였다. 딥씨크의 모회사 역시 퀀트 트레딩에 인공지능을 도입함으로써 경쟁자를 시장에서 압도할 수 있었다.

-골드만삭스의 IPO 자동화: 상장 주관 업무의 핵심이던 IPO 실무를 자동화하며, 과거 수백 명이 필요했던 부서를 단 십여명 내외의 인력으로 운영 중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2025년까지 투자은행 업무의 30% 이상이 자동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시대, 인공지능 혁명이 금융에서 로봇으로 대체된 공장처럼 인간의 숨결을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2) 경기 침체의 선제 대응

기술적 요인 외에도, 미국 투자은행들의 인력 감축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대비 차원이다.

-M&A 시장 냉각: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2023년 1분기 글로벌 M&A 규모는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IPO 시장 급감: 2023년 상반기 미국 IPO 규모는 2022년 대비 약 60% 감소했고2022년 미국 IPO 건수는 판데믹 종결 이후 80% 가까이 줄었다.

-비용 구조 조정 압박: 인건비는 IB 운영비의 45%를 차지하는 고정비다. 수익이 감소하면 가장 먼저 손대는 영역이 인력이다.

(3) ESG와 주주 압력에 따른 구조조정

-팬데믹 이후의 과잉 고용: 골드만삭스는 2021년 한 해 동안 인력을 13%나 늘렸다. 그러나 이제는 그 고용을 되돌리는 국면이다.

-주주들의 수익성 요구: ROE(자기자본이익률) 회복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선택이 요구된다.

2. 파장: 금융업계의 판도 변화

(1) 직군의 양극화

AI가 침투한 자리에서 사라지는 직무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수요가 폭증하는 직무도 있다.

-수요 증가 직군: AI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ESG 전략가.

-수요 감소 직군: 백오피스, 반복적인 리서치 애널리스트, 단순 보고 업무 인력.

(2) 글로벌 금융허브 재편

-고비용 구조의 붕괴: 런던·뉴욕 등 고임금 지역의 오피스는 축소되고, 싱가포르·인도 등 아시아 시장에서 채용이 확대되고 있다.

-HSBC 사례: 2023년 영국 인력의 10%를 줄인 대신, 인도에서 IT 인재를 집중 채용했다.

(3) 기술 투자와 인수합병의 가속화

-AI 스타트업 인수: 골드만삭스는 AI 핀테크 기업 GreenSky를 14억 달러에 인수해 모기지 업무를 자동화했다.

-AI 예산 확대: 인력은 줄였지만 기술 투자에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서며, 2023년 월가 은행들의 AI 예산은 평균 15% 증가했다.

3. 신호의 해석: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1) 개인: T자형 인재로 진화하라

-AI 활용 능력 필수화: 파이썬을 비롯한 인공지능 활용 능력을 포함하여 기술적 이해와 함께 CFA 등의 금융 지식이 결합된 'T자형 인재'가 요구된다.

-퀀트 전략 활용 능력: 블랙록의 Aladdin처럼 AI 기반 툴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 투자 전문가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2) 기업: 전략적 인재 재배치

-단순 자동화가 아닌 부가가치 창출 영역 집중: AI를 활용한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 설계, 예측 기반 자산관리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인재 풀 전환: 전통적인 트레이더 대신, 데이터 분석과 AI 훈련이 가능한 '하이브리드형 인력'이 경쟁력이 된다.

(3) 정책: 교육과 재교육의 혁신

-금융 교육에 AI 접목: 대학 파이낸스 전공 커리큘럼에 인공지능 활용 능력을 포함한 머신러닝 과목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중장년층 재스킬링 지원: 싱가포르의 SkillsFuture처럼, 40대 이상 금융 인력을 위한 정부 주도 부트캠프 확대가 필요하다.

4. 미래 전망: 인간은 전략가로, AI는 실행자로

인공지능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실행할 수 있지만, 창의성과 신뢰를 요하는 영역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인간이 잘못된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인공지능이 착각하는 일루미네이션은 인간이 검증해야한다.

-고객 신뢰 구축: 고액 자산가와의 관계 형성, 맞춤형 자산 상담 등은 사람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부자일수록 인간의 온기로 대면하는 대면 서비스가 더 선호될 수 밖에 없다.

-복잡한 구조 설계: M&A나 구조화 금융 등 복합 전략 수립에는 인간의 창의성과 진관이 이 요구된다.

-모건스탠리 사례: 전 세계 FA(금융자문가) 1만 명에게 ChatGPT 기반 도구를 배포해, 자료 분석 시간을 90% 줄이고 고객 상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했다.

맺으며: AI는 적이 아니라 파트너다

이번 월가의 인력 감축은 단지 '기술이 사람을 대체한다'는 스토리가 아니다. 오히려 이는 업무의 재편을 요구하는 신호이며, 동시에 금융의 민주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상징이다. 투자은행의 변화는 모든 산업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인공지능을 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할 동반자로 받아들일 때다. 결국, 살아남는 자는 기술에 저항하지 않는 자가 아니라, 기술과 함께 성장하는 자일 것이다.

필자 소개: 김호광 대표는 블록체인 시장에 2017년부터 참여했다. 나이키 'Run the city'의 보안을 담당했으며, 현재 여러 모바일게임과 게임 포털에서 보안과 레거시 시스템에 대한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사회적 해킹과 머신러닝, 클라우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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