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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목)

[북클럽] 좌절한 ‘엘리트 지망생’이 나라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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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국가의 위기를 진단하고 우려하는 책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나온 피터 터친의 책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생각의 힘)도 그 중 한 권이죠.

이 책의 원제는 ‘End Times’.

‘비슷한 제목의 책 어디서 봤는데’ 하셨다면,

그 기억이 맞습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런 애쓰모글루의 책, ‘국가는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이 있고,

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의 책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How States Think)가 있거든요.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의 저자 피터 터친은

미국 코네티컷대 진화생물학과 교수.

이론 물리학자로 학자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나폴레옹 시대부터 현대까지

전세계 국가 실패 사례 300여건의 빅데이터를 분석,

한 사회는 일정 주기로 명멸한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한 국가가 망하는 가장 큰 이유를

엘리트 과잉생산과 대중의 궁핍화에서 찾습니다.

그가 말하는 엘리트란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권력소유자’입니다.

고학력자 양산으로 권력을 갖고자 하는 사람은 많은데

국가 요직 수는 적어서 좌절한 ‘엘리트 지망생’들이

반엘리트화되어 일종의 혁명 세력을 형성하면서

기존 체제를 붕괴시킨다는 것이죠.

지난 21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시의 날’이었습니다.

시적 표현을 통한 언어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시문학의 예술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제정됐다고요.

‘넷플릭스 보기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누가 시를 읽나’ 싶지만

출판시장 불황에도 시집 판매만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스24에 따르면 2024년 시집 판매량은

전년 대비 46.4% 늘어났고,

올해(1.1~3.10)도 전년 동기 대비 33.7% 증가했습니다.

시집은 전통적으로 50대가 가장 많이 샀지만,

최근 들어 1020세대의 약진이 독보적입니다.

예스24 집계 결과

2020년 전체 시집 구매자 중 11.7%에 불과했던

1020 세대 비율이 올들어 19.2%까지 늘었답니다.

이들 사이에선 고선경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차정은의 ‘토마토 컵라면’ 등

소셜미디어나 연재 플랫폼을 통해 팬덤을 확보한

MZ세대 시인들의 시집이 특히 인기라는군요.

조선일보

김소연 시집, '생활체육과 시'.


곁에 있던 김소연 시집 ‘생활체육과 시’(아침달)를 집어

손에 잡히는 페이지를 펼쳐 봅니다.

“시집을 읽고 나면 모든 책이 다 시시하다. 그러나 시집만 읽고 있자면 모든 시집들이 다 시시해진다.



이는 산문시 ‘단상1-열아홉 조각’의 첫 구절.

시인은 스물 두 페이지에 걸쳐 시에 대한 단상을 기록합니다.

시인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김소연은 읊습니다.

“사람으로서 시인은 시를 쓰지 않는다. 사람보다 좀 더 다른 무엇이 되어서 시인은 시를 쓴다. 좀 더 다른 그 무엇은 우리가 끔찍해하는 모습일 수도 있고 우리가 얕잡아보는 형태일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선망하는 얼굴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 얼굴을 시인은 시를 쓰며 계속 계속 좇는다. 그 얼굴을 지나칠 때까지. 지나쳐서 또 다른 얼굴을 만날 때까지.



시집을 읽는다는 건 다른 무엇이 되려는

시인의 분투를 따라가는 여정인가 봅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읽는 직업' 가진 여자의 밥벌이로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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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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