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병산서원 10㎞ 앞 불길
안동 용담사·묵계서원 등 위기
전국 산불로 국가유산 8건 피해
경북 의성 산불 나흘째인 25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에 강풍이 불어 주변 산이 화염에 휩싸인 가운데 소방관계자들이 대피 명령이 내려진 마을을 통제하고 있다. 안동=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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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천년고찰 고운사를 집어삼켰다. 산불 확산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등도 위태롭다. 국가유산 피해가 잇따르면서 국가유산청은 25일 전국에 국가유산재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고운사 연수전·가운루 전소... 보물 석조여래좌상은 무사
산림당국은 이날 오후 4시 50분쯤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 자락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가 산불에 완전히 소실됐다고 밝혔다.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1년(서기 618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로, 경북을 대표하는 대형 사찰 중 하나였다. 사찰 건축물 중 국가지정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과 가운루는 전소됐으며 연수전에 보관 중이던 보물 제246호 석조여래좌상은 전소 직전 긴급 이송돼 화를 피했다. 사찰 내 비지정 동산 유물인 소규모 불화와 불상, 도서 등은 전날 영주 부석사박물관으로 옮겨졌다.
국가유산청이 이날까지 집계한 전국 산불에 따른 문화유산 피해는 총 8건이다. 지난 22일 강원 평창군의 '국가지정 명승'인 백운산 칠족령 5,000㎡가 불탔고, 수령 900년으로 추정되는 경상남도 기념물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 일부도 소실됐다. 같은 날 경상남도 문화유산자료인 '하동 두방재'의 부속건물 2채도 전소됐다. 23일에는 국가지정 천연기념물인 경북 울주군 '울주 목도 상록수림'의 초본류와 관목류 등 1,000㎡와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자락에 있는 산성 '운화리 성지(城址)'가 피해를 입었다. 이날 의성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 국가지정 명승인 안동 만휴정 원림 전소 피해가 추가로 확인됐다.
문화유산이 풍부한 안동시도 비상이 걸렸다. 안동시는 이날 오후 안동시 전역에 긴급 대피령을 발동했다. 불길이 근접한 안동시 풍산면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이 있다. 201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회마을 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안동 하회 양진당, 안동 하회 충효당과 국가민속유산인 고택들이 모여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국가유산청장과 직원들이 현장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소방당국과 함께 살수처리 등 조치를 통해 비상 상황에 대비 중"이라고 밝혔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하회마을 안에는 소방서가 있다.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에 각각 소방차 5대와 2대가 배치됐다.
불길이 가까워진 안동시 길안면 만휴정에서 25일 소방관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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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길안면에도 전통 사찰인 용담사와 금정암, 조선 서원인 묵계서원 등 문화재가 있다. 화재에 대비해 용담사 소재 불상 4점과 탱화 5점, 금정암 소재 불상 3점과 탱화 5점, 기타 문화재 6점은 안동 세계유교문화박물관으로 옮긴 상태다. 문화유산자료인 용담사 무량전과 금정암 화엄강당 인근에 소방차 2대와 인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국가유산 재난위기 경보 '심각' 발령
21일 발생한 산불로 피해를 입은 경남 하동군 옥종면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 하동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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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국가유산 피해 우려가 높아지면서 유산청은 이날 오후 5시 30분을 기해 국가유산 재난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하고 유산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유산 재난위기 경보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발령된다. 심각 경보가 발령되면 전 직원 비상근무 체제가 이뤄지고 각 지자체와 산림청, 경찰청 등에 문화재 보호 지원 확대 요청을 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산불이 확산하고 있는 인근 지역 국가유산 보호를 위해 문화재에 방염포를 덮고, 안전한 곳으로 임시 이송하는 등 긴급 조치를 하고 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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