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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지난해 11월 일본 오사카의 번화가 도톤보리에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알리는 배너가 설치돼 있다. 오사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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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3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엑스포에선 당시 전자제품 회사 산요가 만든 인간 세탁기가 화제였다. 밀폐된 캡슐에 들어가 머리는 밖으로 내밀고 몸을 물에 담그고 있으면, 물에 전달된 고주파 진동으로 피부의 때를 벗겨낸 다음 적외선과 따뜻한 바람으로 몸을 말려주는 기계였다. 당시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상용화하지도 못할 정도의 우스꽝스러운 기계를 왜 만들었나 싶다.
□ 한동안 잊혔던 인간 세탁기가 다음 달 13일 개막하는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서 55년 만에 부활한다. 욕실용품 제조업체 사이언스가 제작한 진화한 인간 세탁기는 머리까지 씻어주는 것은 물론 욕조 등받이 부분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이용자의 체온, 심박수 등을 측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AI(인공지능)가 스트레스 여부 등 건강 상태를 파악해 물의 흐름을 조절하고 맞춤형 음악과 동영상을 제공하며 이용자 마음까지 정화하는 기능을 갖췄다.
□ 지난 21일 오사카 엑스포 전시관에서 인간 세탁기를 체험한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미래의 목욕 형태가 될지도 모르겠다"며 "향후 개호(노인 돌봄) 등에 상용화할 수 있다면 재미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 돌봄 수요가 증가하는 일본에서는 인간 세탁기가 노인 및 장애인 돌봄 인력 부족 등과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55년 전 단순히 몸을 씻겨주는 기계에서 벗어나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미래 보건의료 산업의 선도 기술이 될 것이란 기대도 크다.
□ 엑스포 개막 전 인간 세탁기 체험 신청자가 850명에 이른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에 진입한 일본에서 그만큼 관심이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일본에선 외국인 노인 돌봄 인력 유치뿐만 아니라 IT 기술을 적용한 돌봄 로봇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45년에는 일본을 추월해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
김회경 논설위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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