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세력 활개, 집권당도 비호·지원
‘민주주의 적’과의 싸움에 집중해야
국민의힘 나경원(왼쪽) 의원과 정점식 의원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1인 시위를 하며 대화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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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울증 걸릴 것 같아.” 지인 A의 말이다. 직무정지 대통령이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인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자꾸만 늦춰지는 데 대한 푸념이었다. 맞다. A는 탄핵 찬성파다.
25일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가 헌재에 접수된 지 102일째를 맞았다. 헌재의 변론 종결을 기준으로 하면 29일째다. 앞선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심판 기록을 모두 넘어선 지 한참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은 접수 63일, 변론 종결 14일 만에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91일, 11일 만에 파면됐다. 반면에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는 깜깜이다.
사건이 복잡해서가 아니다. 윤석열 파면의 불가피성은 더 이상 논할 게 없다. 헌재의 ‘장고’는 탄핵 찬반으로 쪼개진, 한국 사회의 극단적 분열 때문일 것이다. 모두가 승복할 결론 찾기. 그러나 불가능한 목표다. 시간을 끌수록 양쪽은 더 결집하고, 헌재 결정 시 반발력도 더 커질 게 뻔하다. 헌재는 이미 실기(失期)했을지도 모른다.
그사이 확산한 게 양비론이다. 불법 계엄 사태 초기만 해도 내란 세력 비판을 쏟아냈던 일부 언론은 이제 태세를 전환했다. 여야 모두를 싸잡아 공격하거나, 심지어 야권 비난에 더 몰두한다. ‘정치 혐오’에 빠져 있던 대중에게 극우 세력 주장이 침투할 빈틈이 생겼다. “유튜브 보니 부정선거 맞는 것 같던데.” “야당도 문제 아닌가.” 또 다른 지인 B의 얘기다.
특히 위험 신호는 자칭 ‘정통 보수’인 집권당과 극우의 일심동체화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엄호’도 모자라, 서울서부지법 폭동 가담자들을 “애국 시민” “성전에 참여한 십자군”이라고 칭송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그런데도 당 지지율은 40% 안팎을 유지한다. 양비론에 힘입은 결과다. 이대로라면 “독일 나치 파시스트 정권은 정치적 반동과 대중의 자발성이 결합해 탄생했다”는 빌헬름 라이히의 분석(파시즘의 대중심리, 1933)이 오늘날 한국에서 현실화하지 말란 법이 없다. 현 상황이 “일반적 극우 차원을 넘어선, 극우 파시즘 현상”이라는 진단(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은 핵심을 찌른다.
김정우 이슈365부장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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