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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품속 총리' 태국의 패통탄,  불신임 투표서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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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총리 아버지' 탁신 과도한 국정개입 공세
불신임안 투표서 신임 319표로 총리직 이어가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26일 방콕 하원에서 열린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은 뒤 기뻐하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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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막내딸이자 현지 역대 최연소 정부 수장인 패통탄 친나왓(38) 총리가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았다. 그는 부친의 과도한 국정 개입과 경제 실정 등으로 공격 받아왔다. 정치 생명은 연장했지만 여전히 '아버지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에 ‘상왕 정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6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패통탄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실시된 불신임안 표결에서 신임 319표, 불신임 162표, 기권 7표로 총리직을 속행하게 됐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의원 과반수가 불신임에 표를 던져야 한다.

앞서 태국 제1 야당 국민당은 패통탄의 능력이 부족한 탓에 아버지 탁신이 무리하게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지난달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이달 24일부터는 그가 리더로서 적합한지를 둘러싼 하원에서의 토론도 이틀 넘게 이뤄졌다.

야권은 탁신이 현 정권의 실세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패통탄이 국가 수장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탁신 친나왓(왼쪽 두 번째) 전 태국 총리가 15년간의 망명생활을 끝내고 2023년 8월 방콕 돈므엉 공항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은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 현 태국 총리. 방콕=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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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패통탄은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가족 관계가 아닌 업무로 평가해 달라”고 반박했다. 그는 “내게 총리직에서 물러나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내 아버지의 딸이 되지 말라고는 할 수 없다”며 “나는 탁신의 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맞섰다.

1986년생인 패통탄은 정치 입문 3년 만인 지난해 8월 37세 나이로 최연소 총리에 선출됐다. 고모 잉럭 친나왓에 이은 두 번째 여성 총리이자, 탁신 가문에선 네 번째 총리의 탄생이었다.

"정치 경험이 없는 딸을 대신해 아버지가 실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우려는 현실로 이어졌다. 탁신은 줄곧 도박 합법화를 옹호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현금 살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패통탄 행정부는 이를 모두 수용, 추진했다. 이달 14일에는 한 포럼에서 정부가 전기료를 25% 이상 내릴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예고하기도 했다. 내정 개입 논란에 탁신은 ‘나는 조언만 할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은 크지 않았다.

태국 언론들은 패통탄 총리에게 ‘아빠의 애지중지(Pampered by Dad)’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붙여줬다. 태국 정부청사 출입기자들은 매년 연말이 되면 지난 1년간 국민이 내각 구성원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짧은 단어로 표현하는 별명 짓기 행사를 연다. 어린 딸을 아끼며 정책 방향을 설정해주는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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