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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김정은-푸틴 3차 회담에 트럼프 유화책까지 겹칠라...정부 '더블 리스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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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차관 "김 위원장의 방러 준비하고 있다"
북러, 전승절·당창립 80주년 행사서 만날 가능성
정부, 트럼프 대북접근법에 '촉각'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9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합의한 뒤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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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올해 러시아 방문과 3차 북러 정상회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 시기 등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우선 5월 9일 러시아의 전승절 80주년 기념식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관련 소식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화 메시지'를 내거나 미북러 3자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에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정상급 소통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80주년 러시아 전승절이 3차 정상회담 무대?

16일 안드레이 루덴코(앞줄 왼쪽)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김정규(오른쪽) 북한 외무상 부상과 회담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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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의 방북 시기로는 5월 9일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절 열병식 무대 단상에 오른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혈맹으로 발전한 북러 관계가 대외에 널리 공표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전승절에서는 북한군의 열병식 참가도 예상되고 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정은은)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는 유효한 초대장을 갖고 있다. 일정은 외교 채널들을 통해 합의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떤 성명도 발표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자외교 무대인 전승절 기념식은 김 위원장 위주의 의전과 경호가 어렵고,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 이동할 수 있는 전용 항공기가 없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다른 형식의 별도 방문 가능성도 나온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전쟁에서 북한군의 전략적·작전적 활용도가 커지고 있고 미국과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도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전승절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러시아가) 바랄 테니 북한이 원하는 군사기술 협력뿐 아니라 안전보장 조치에 대해서도 최대한 들어주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극동 지역에서의 회담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북러와 밀착하면 최악 시나리오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회담을 하고 있다. 함부르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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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3차 북러 정상회담과 함께 거론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러 불법 군사협력에 힘을 실어주는 '유화 메시지'를 내거나 미북러 3자 대화에 직접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일부 국가들은 우리 정부에 '트럼프 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이유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취지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밀착 행보가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에까지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읽히는 지점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일단 미국 정부가 실제 미북러 3자 대화에 나서거나, 북러 군사협력에 유화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최근 '2025 연례 위협 평가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것은 의도하지 않은 대규모 전쟁으로 비화해 (중략) 더 대담해진 중국과 북한 등 미국의 전략적 리스크를 영속화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 북러협력이 북미대화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북러협력을 약화하기 위한 접근을 더 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동북아정세 안정 및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라도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복합적인 대러접근법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이날 관영 매체 리아 노보스티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 "비핵화 주제에 대한 협상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어떤 '포장'으로 (비핵화 협상안이) 제시되든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중재자로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북한 지도부는 누구의 중재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며 "북미 사이에는 여러 직접 소통 채널이 있고 여기서 대화를 하기로 결정하면 여러 채널 중 하나가 활성화되고 해당 메시지가 수신자에게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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