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석탄 대전환(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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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발전 폐쇄, 지역경제 5.5조 피해 우려…'정의로운 전환'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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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일정/그래픽=김지영 |
탈석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탈석탄 이행을 위해서는 세계 최대 발전원이자 온실가스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소의 감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석탄화력발전소는 단순히 전기만 생산하는 시설이 아니다.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경제를 먹여 살린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지역 경제 침체 등은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방향"이라고 정의했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서부발전의 태안화력 1호기가 올해 말 폐쇄된다. 이어 2026년 3기, 2027년 5기 등 2036년까지 59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28기가 문을 닫는다.
15만평 규모의 발전소 부지 활용, 관련 인원과 산업, 지자체 발전 등 복잡한 문제가 표면 위로 드러난다. 발전소가 하나 문을 닫으면 발전소 근로자들만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다.
협력업체 근로자와 지역 상권의 자영업자들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인구감소가 나타나고 지역경제는 위축된다.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자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이다.
석탄화력발전 발전용량 전망/그래픽=김지영 |
특히 폐쇄 발전소 대부분이 태안, 보령, 당진 등 충청도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해당 지역의 경제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석탄→LNG 대체해도 일자리 1만3000개 감소
석탄화력발전 폐쇄 및 LNG 발전 전환에 따른 고용유발효과/그래픽=김지영 |
고용 우려도 크다. 석탄화력발전소는 폐쇄 이후 LNG 연료 발전소로 대체된다. 하지만 대체 LNG발전소는 보령 5호기만 해당 지역에 건설되고 나머지는 타 지역에 건설 예정이거나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폐쇄 지역의 실직 근로자가 다른 지역으로 오롯이 옮기기는 쉽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로 인해 2030년에는 2019년 대비 1만6000명의 고용을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체 LNG발전소의 신규 가동은 이 기간 3000명의 고용 증대 효과가 있다. 산술적으로 보면 1만3000명의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
◇국회 '화력발전 폐쇄지역 특별법' 발의…'정의로운 전환' 필요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사진제공=한국서부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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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에 대한 지원 내용 등을 담은 특별법 제정안이 여러개 발의돼 있다.
법안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기금 설치 △폐지지역에 대한 교부세 지원의 확대 △국고보조금 인상 △폐지지역 주민 우선 고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논의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 수립을 위해 정부, 지방자치단체, 화력발전 5개사 등이 참여한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로드맵에는 석탄발전 폐지 절차와 발전소 부지, 전력인프라 재활용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전환고용안정전문위원회' 회의를 통해 석탄화력발전소 근로자의 고용안정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정복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과 근로자, 지역경제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중앙정부에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등 체계적이고 질서 있는 에너지전환이 이뤄지도록 모든 이해당사자와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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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자산유동화·공적기금…탈없는 석탄발전 폐쇄 유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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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AP/뉴시스] 17일(현지시각) 독일 에센의 촐페라인 폐광에 마련된 아이스링크에서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촐페라인은 1851년부터 1986년까지 석탄을 채굴하던 곳으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겨울에는 빙상장이 들어선다. 2024.12.18. /사진=민경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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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자산유동화, 정부 지원 등 석탄발전의 안정적인 폐쇄를 유도하는 방안들은 다양하다. 현재 한국은 일부 호기의 가동 중단에 머물고 있지만 결국 폐쇄 비용을 조달하고 대체 에너지 사업을 펼치기 위해 정부와 발전사, 지방자치단체가 해외 사례를 토대로 우리만의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공정전환을 목표로 대규모 전환기금을 조성한다. 이 기금을 탈탄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석탄화력 산업 종사자들의 직업교육과 재취업, 발전소 주변 지역의 경기부양 등에 투입한다.
독일은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를 포함해 탈석탄,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국가다. 2038년까지 석탄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며 '완전한 탈석탄'을 천명했다. 이를위해 지난 2020년 이른바 탈석탄법으로 알려진 '석탄발전 감축 및 종료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독일의 석탄 발전소 폐쇄 방식은 사용되는 석탄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탈석탄법에 따르면 무연탄 발전소와 150㎿(메가와트) 이하의 소규모 유연탄 발전소는 역경매(reverse auction)로 알려진 방식을 통해 폐쇄를 진행한다. 발전소 폐쇄에 따른 산업과 노동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고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무연탄 발전소는 역경매와 같은 시장원리에 기반해 자연스러운 폐쇄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150㎿를 초과하는 유연탄 발전소들은 연방정부와 사업자간 계약을 기반으로 폐쇄를 진행한다. 탄광노동자들의 실업과 지역경제 위축 등의 문제가 얽혀 있으면서 연료의 국내 조달이 가능해 비용 경쟁력이 크게 하락하지 않고 있는 유연탄 발전소는 정부-발전사 간 협상에 의한 보상을 추진한다. 독일 정부가 책정한 보상액의 경우 발전소별로 다르지만 2조5000억원~3조7000억원으로 알려져있다.
미국의 경우 자산유동화 채권 발행을 통한 석탄화력 폐쇄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뉴멕시코, 콜로라도, 미주리, 위스콘신, 몬타나, 미시간 주 등이 대표적이다. 뉴멕시코 주는 2019년 '에너지전환법 (Energy Transition Act)'을 통과시키고 자산유동화채권 발행 등을 통한 석탄 발전소 폐쇄와 공정전환에 대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뉴멕시코 주의 최대 발전사인 PNM(Public Service Company of New Mexico)은 주정부로부터 약 3억6100만달러(약 4892 억원)의 채권 발행을 승인받았으며 이를 통해 유입된 자금을 San Juan 석탄 발전소(1호기, 4호기의 폐쇄와 신재생에너지 설비 건설, 공정전환 지원에 투입했다.
미주리 주는 2021년 '미주리 전력요금 감축 지원법 (Missouri Electricity Bill Reduction Assistance Act)'을 통과시켰다. 자산유동화 채권 발행을 통해 석탄화력 폐쇄와 공정전환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미주리 주에 전력공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EDE(Empire District Electric)는 해당 법을 근거로 2억9000만달러(약 3930억원)의 자산유동화 채권을 발행해 200㎿급 석탄 발전소 폐쇄 비용을 충당했으며 폐쇄된 석탄 발전소는 풍력 발전소로 대체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선진국 주도의 탈석탄 및 청정에너지 전환 재정지원 체계인 '공정에너지전환파트너십(JETP)'을 통해 차관 등을 이용해 약 84억달러(약 11조원)의 지원을 확보했다.
김재엽·조성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석탄 발전소 폐쇄를 정책적으로 확대하고자 한다면 정부가 석탄 조기 폐쇄 관련 자금 마련책을 먼저 구체화하고 국책은행에 대한 면책권 등의 부여가 필요하다"며 "민간금융기관이 석탄 발전소 폐쇄 금융지원에 나서려면 탈석탄 관련 가이드라인을 손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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