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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맞아?” 가짜뉴스, ‘거짓말 놀이’를 빼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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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는 1957년 만우절을 맞아 스위스에서 한 가족이 나무에서 스파게티 면을 수확한다는 가짜 방송을 내보냈다. 지금 보면 황당한 이야기지만, 당시 영국 시청자들은 상당수가 이를 진짜로 믿었다. 스파게티가 대중적이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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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4월 1일은 만우절이다. 한때 전 세계 언론이 앞다퉈 ‘그럴듯한 거짓말’로 독자에게 농담을 건네던 날이다. 그러나 이제 언론의 만우절 장난은 자취를 감췄다. 가짜뉴스와 허위정보가 범람하는 시대, 언론은 더 이상 ‘장난칠 여유’가 없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해외 언론들은 만우절 기사만 따로 묶어 보도할 만큼 열정적이었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같은 ‘언론의 유머’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영국 카디프대의 스튜어트 앨런 언론학 교수는 B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가 일상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편집자들은 독자와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에 대한 회의가 커진 시대에 장난처럼 기사를 쓰는 것은, 언론 스스로 신뢰도를 해칠 수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진짜 뉴스’와 ‘농담 뉴스’의 경계가 흐려진 상황에서, 언론은 더 이상 가볍게 농담을 던질 수 없는 셈이다.

지난해 3~10월 사이 ‘가짜 뉴스 방지법’이란 이름의 언론 통제 법안을 통과시킨 국가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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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언론을 가짜뉴스로 몰아붙이던 시대’를 기점으로, ‘팩트 기반의 언론’에 대한 불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영국 매체 ‘런던 센트릭’의 편집자 짐 워터슨은 “사실에 기반한 보도조차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이는 지도자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굳이 그들에게 진짜 가짜뉴스(만우절 기사)를 안겨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요인은 뉴스 유통 방식의 변화다. SNS를 통한 기사 공유가 일반화되면서, 독자들이 ‘기사가 언제 작성됐는지’를 인식하지 못한 채 오래된 만우절 기사에 현혹되기도 한다. 종이신문의 ‘4월 1일자’가 주던 맥락은 온라인에서는 사라진 지 오래다.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AI 이미지와 실제의 구분이 어려워지고, ‘사실’과 ‘허구’를 식별할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영국 셰필드대의 비나 오그베보르 박사는 “만우절 기사는 때론 독자를 분노하게 만들 수 있고, 언론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농담을 하려면, 독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매우 명확한 면책조항을 덧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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