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재보선②호락호락 하지 않는 호남
국힘 텃밭 김천 제외···거제시장도 민주 석권
담양군수 혁신당에 패배···당 안팎 ‘이재명 탓’
'민주' 깃발만 꽂으면 당선 오만으로 비춰져
전남 지역구에 집 소유한 민주당 의원 '전무'
담양에 전세도 없는 담양 지역구 이개호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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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이 홍어 거시기도 아니고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에 집도 한 채 없으면서 호남서 정치를 해먹어라”
4.2재보선 투표 당일 호남 민심을 살펴보기 위해 담양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통화를 하면서 조국혁신당의 승리를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담양군수 재선거 개표 결과 조국혁신당 정철원 후보는 1만 2860표를 획득해 51.82%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종 후보는 1만 1956표를 득표(48.17%)해 904표 차이로 낙선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등 당지도부와 소속 국회의원 30여명, 전남·광주 지역 광역·기초의원까지 총동원되고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까지 담양을 방문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 이재종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지만 담양 민심은 이에 호응하지 않고 냉정한 결과를 내놓은 셈입니다.
민주당, 대승 거두고도 담양군수 선거에 ‘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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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국힘’ 경북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김천시장 선거만 예상대로 국민의힘이 챙겼을 뿐인데 전체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듯 침울함까지 느껴집니다. 그만큼 호남에서 민주당의 지위와 무게가 남다르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실제 민주당은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을 때 수도권까지 열기를 끌어올 수 있다는 게 고전적인 선거공학의 공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호남에서 압도하지 못할 경우 수도권에서 국민의힘과 접점양상을 보일 가능성까지 점쳐집니다. 담양군수 선거가 단순히 기초단체장 선거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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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막중한 책임감···민심 가슴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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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호남 민심을 다시 압도적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요. 사실 호남 민심 이반은 지난해 10월 열린 영광·곡성 군수 재선거부터 드러났습니다. 혁신당이 꺼낸 민주당 ‘일당 독점론’, ‘고인물론’이 영광 주민들에게 설득력을 가지면서 선거 막판까지 접전양상이었습니다. 물론 당시 민주당이 최종적으로 영광군수와 곡성군수를 배출하긴 했지만, 혁신당과 진보당의 선전에 막판까지 안심할 수 없는 승부를 펼치며 진땀을 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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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깃발 무조건 당선 인식에 철퇴
지난해 영광·곡성군수 선거와 빼닮은 ‘구도’였습니다. 민주당은 깃발만 들면 호남에서 무조건 된다는 인식에 호남 민심이 경고를 내린 셈입니다. 이런 구도가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경우 지난 20대 총선의 녹색바람이 또 다시 불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혁신당 ‘바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의 녹색바람은 민주당의 호남 독주, 1당체제에 강한 경고를 내린 셈이었고, 이후 19대 대선까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여러차례 호남에 내려가 돌아 앉은 민심을 달래야 했습니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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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이 ‘난닝구냐’···집 한채도 지역구엔 없는 호남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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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담양군수 선거 과정에 발생한 공천 잡음도 민주당의 오만으로 보였을 겁니다. 호남은 무조건 민주당을 찍는다는 정치인들의 인식이 호남은 ‘난닝구’냐는 오래된 갈등을 수면위로 다시 올렸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난닝구는 2003년 9월 새천년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분당 과정에서 러닝셔츠 차림의 당직자가 회의장에 난입해 “민주당 사수”를 외친 장면에서 유래합니다.
선거 기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도 호남 민심에 찬물을 끼 얹었습니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결과 전남지역의 국회의원 가운데 전남에 자기 소유의 집 한채를 가진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지역에서 정치를 하면서 집은 서울이나 다른 곳에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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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담양·함평·영광·장성 지역구인 이개호 의원은 광주 북구에 배우자 명의 아파트가 있었습니다. 지역구에는 전세조차 없었습니다. 담양군수 선거 패배로 이재명 대표에 비호감 인상을 탓하는 목소리가 당안팎으로 쏟아집니다. 이 대표 탓에 호남 민심이 돌아섰다는 얘기인데, 호남에 등을 진 건 지역구에 집 한채 없이 호남에서 표를 받겠다는 정치인들이 아닌지 돌이켜 볼 일입니다. ‘똘똘한 한 채’ 탓에 호남을 버리고 서울에 집을 사둔 건 더더욱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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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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