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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LNG 추진선에 필요한 차가운 기술력 [시크한 분석: 동성화인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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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iM증권 차장, 최아름 기자]

대기오염을 줄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이 인기다.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화하면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알래스카 LNG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을 초청하면서 LNG 추진선엔 더 많은 조명이 쏟아지고 있다. 그럴수록 주목받는 건 LNG를 액화 상태로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초저온 보랭재 산업인데, 최근 동성화인텍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는 건 이 때문이다.

LNG선에는 초저온 보랭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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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을 향한 관심이 커지면서 오염물질이 적은 연료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전기와 수소연료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자동차만이 아니다. 배도 그렇다. 컨테이너선과 같은 대형 선박은 지난 50년간 벙커C유를 연료로 사용했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생산량도 많았기 때문이다. 벙커C유에 함유된 황산화물(SOx)이 자동차 연료보다 1000~3000배 높았지만 문제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심화하자 국제해사기구(IMO)가 제동을 걸었다(2020년). 벙커C유 대신 친환경 연료를 사용해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라고 압박했다. 선박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벙커C유를 버리고 액화천연가스(LNG)와 메탄올과 같은 친환경 연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 가장 큰 인기를 모은 건 메탄올보다 연료로 사용하기 쉬운 LNG였다. 황이 포함돼 있지 않은 LNG는 벙커C유에서 발생하는 황산화물을 100% 저감할 수 있어서 친환경 연료로 각광을 받았다. 2020년을 기점으로 LNG추진선(LNG를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의 발주량이 가파르게 늘어난 건 이 때문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친환경 선박 발주 물량의 43.0%였던 LNG추진선 비중은 지난해 70%까지 커졌다. 메탄올 추진선의 비중이 같은 기간 30.0%에서 14.0%로 쪼그라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LNG추진선이 대세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는 관련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업종은 LNG추진선에 필수적인 '초저온 보랭재'를 생산하는 부문이다. LNG를 가스 상태로 운반하면 저장공간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LNG의 온도를 영하 163도까지 낮춰 액화해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것이 초저온 보랭재다.

이런 액화 과정을 통해 LNG의 부피를 60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LNG추진선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초저온 보랭재'를 생산하는 업체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인데, 대표적인 곳이 동성화인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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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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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회사의 강점은 무엇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기술력이 뛰어나다. LNG추진선의 선사들은 선박 운용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LNG의 기화율(Boil Off RateㆍBOR)을 최대한 낮출 수 있는 보랭재 제품을 선호한다.[※참고: 기화율이란 액화 상태인 LNG가 운송과정에서 증발하는 양의 비율을 뜻한다.] 동성화인텍은 BOR이 낮은 특수 제품인 RPUF(Reinforced Polyurethane Foam)를 만드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두번째 강점은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이다. 올해 1월 기준 중국 조선사 6곳의 LNG추진선 수주잔고는 90척 수준이다. 문제는 90척의 LNG추진선에 들어갈 보랭재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중국 로컬업체가 없다는 점이다.

중국의 보랭재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아극과기(Jiangsu Yoke Technology)'의 연간 보랭재 생산량은 10척가량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아극과기'가 감당하지 못한 보랭재 물량이 국내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은데, 동성화인텍이 가장 앞서 있다. 2019년 중국 조선사향 보랭재 수주를 따낸 적이 있어서다. 지난해엔 중국 조선사와 선주사가 입찰을 요청하기도 했다.

세번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LNG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는 거다. 이 프로젝트는 천연가스를 1300㎞의 가스관을 통해 알래스카 남부로 이송한 후 액화해 수출하는 사업이다.

에너지 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LNG추진선의 수요가 2026년까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25년에서 2026년까지 수요 증가량을 연 11%로 제시했다. LNG 운반선과 초저온 보냉 기술을 보유한 국내 조선업계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동성화인텍 역시 그 범주에 들어 있다.

마지막 강점은 탄탄한 실적이다. 동성화인텍의 영업이익은 2022년 153억원에서 2023년 400억원, 지난해엔 540억원으로 증가했다. 2년 만에 영업이익이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영업이익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보유하고 있는 수주량이 적지 않아서다. 지난해 3월 기준 수주량은 2조4000억원 규모로 3년 6개월치에 달한다.

판매 단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동성화인텍은 국내 조선사들과 2023·2024년에 수주한 보랭재의 단가를 전년 대비 각각 5%가량 인상하기로 협의했다. 친환경 선박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수주량은 늘고, 단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유의해야 할 점이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LNG 추진선에 필요한 보랭재는 '중간재' 성격이 강하다. 해외에서 들여온 원료를 가공해 만든 보랭재를 조선·건설자재·가전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조선·해운 산업의 업황에 따라 매출이 오락가락한다는 점, 보랭재 매출 비중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살펴야 할 변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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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동성화인텍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언급했듯 3년 6개월치에 달하는 수주잔고는 안정적 성장을 담보한다. 올해 동성화인텍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6800억원, 650억원이다.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매출액 5974억원, 영업이익 540억원을 기록한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다시 한번 경신한다. 동성화인텍의 성장세를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참고: 해당 내용은 iM증권의 공식 의견이 아닌 기고자의 개인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이종현 iM증권 차장

langers79@naver.com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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