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민주주의 교육 위해 꼭 필요한데…
"어떤 방송사를 틀어놔야 할지부터 고민"
“TV 시청 외에 질문, 토론 이어져야 하는데
교사 정치적 의무 위반했다고 할까 봐 걱정”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경운학교와 교동초등학교가 휴교로 한적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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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전국 10개 시도교육청이 "현장 판단에 따라 학생들이 교실에서 TV 생중계로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각 학교에 요청했다. 민주주의 절차와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생생히 보고 이해할 계기이기 때문이다.
현장 교사들은 취지에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지도법을 두고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이들의 이해를 도우려고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려다, 자칫 학부모로부터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민원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진보 교육감들, "탄핵 심판 선고 생중계로 자율 시청"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0곳이 지역 내 초중고교에 공문을 보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TV 생중계로 자율 시청할 수 있음을 안내했다. 전남교육청은 공문에서 "민주주의 절차와 헌법 기관의 기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민주시민교육의 과정으로 활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4·2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도 첫 지시 중 하나로 탄핵 심판 선고를 학교에서 볼 수 있도록 조처했다.
서울과 광주, 경남, 세종, 울산, 인천, 전북, 충남교육청도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일선 학교로 내려 보냈다. 진보 교육감이 있는 지역은 모두 시청을 권장한 것이다.
현장 교사들도 대통령 탄핵 심판이 현대사의 큰 사건인 만큼 아이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다만 현실적으로 두 가지 고민에 부딪힌다. ①단순 TV 시청이 교육 효과가 있을지 ②교육 과정에서 자칫 "교사의 정치적 의무를 위반했다"는 오해를 받지는 않을지다. 장세린 교사노조 대변인은 "교육 효과가 있으려면 아이들과 선고 과정을 지켜보는 것 외에 토론도 하고, 질문도 받아야 한다"며 "이때 어느 정도 수위로 답해야 할지 등을 두고 교사마다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소하게는 생중계를 보여줄 때 진보 또는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방송사 중 어떤 채널을 틀어 놓아야 할지 등을 두고도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인천시 교육청이 지난 2일 지역 내 학교로 보낸 공문.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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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멈칫거리는 건 그만큼 시달려온 탓이다. 학부모들의 정치 성향에 따라 교사를 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학생들이 계엄과 탄핵을 두고 질문해 교사가 설명했는데 일부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 "선생님이 탄핵을 찬성했다"고 전해 보수성향 가정의 민원을 받는 등 난처한 상황을 겪었다고 한다.
“그래도 적극적으로 교육… 수업 내용과 연계”
각 교육청들이 시청을 권장하면서도 "교육공동체(학생·학부모·교사)의 협의를 거치라"거나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해 사회적 갈등을 발생시키지 말라"고 한 점도 교사들을 어렵게 만든다. 일부 학부모 등이 문제 제기했을 때 현장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교육부도 이날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탄핵 심판 생중계 시청 과정에서 교육기본법 6조(교육의 중립성), 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생중계 시청을 위해 학교 수업을 변경할 때는 학칙에 따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알렸다. 교육과정위원회 등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인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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