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리인단 통해 지지자 향한 입장문 배포
윤 측 “법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정치적인 결정”
참모들, ‘전원일치’ 인용에 당황 “현실 맞나”
윤 부부, 사저로 옮길 듯…시기 불투명
석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에 도착해 경호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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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은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내려진 뒤 지지자들을 향해 “감사하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이나 수용 등 승복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위헌적인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반성, 사회적 갈등 수위가 최고조로 치달은 상황에 대한 대국민 사과도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파면 결정이 내려진 지 3시간 가까이 지난 뒤 대리인단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며 “많이 부족한 저를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한남동 관저에서 TV 생중계를 통해 자신의 파면 결정이 내려지는 모습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계엄령을 ‘계몽령’이었다고 정당화해온 윤 전 대통령은, 계엄령은 명백한 위헌 행위라는 이날 헌재의 판단에도 사과와 반성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대신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여론전을 이어간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관저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났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준 당과 지도부에 고맙게 생각한다”며 “성원해준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비록 이렇게 떠나지만 나라가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신동욱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 걸려있던 봉황기(오른쪽)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의해 내려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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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정문에 태극기와 나란히 걸려있던 봉황기가 오전 11시41분께 내려졌다. 파면 결정이 내려진 지 약 19분 만이다. 봉황 두 마리가 마주 보고 가운데 무궁화 문양이 들어간 봉황기는 대통령직의 상징으로, 봉황기가 하기됐다는 사실은 윤 전 대통령의 권한도 종료됐다는 의미다. 2022년 5월10일 청와대에서 내려지고 대통령실에 게양된 봉황기가 1060일 만에 자취를 감춘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석방된 후 엄격하게 대외 메시지 관리를 해온 대통령실은 선고기일이 지정된 지난 1일부터 조금씩 언론 소통을 늘리기 시작했지만 이날 선고로 다시 경직된 분위기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직무에 복귀하면 업무보고를 받고 대국민 담화를 할 예정이었다. 참모진도 그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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