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비판, 마케팅 지우기로 흥행 승부수
유아인 주연 ‘하이파이브’도 6월 개봉 가닥
영화 '승부'는 6일까지 135만 명을 모으며 손익분기점(180만 명) 돌파 가능성을 높였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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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촬영했으나 감염병 탓에 개봉을 미뤄 뒀다. 공개 시점을 저울질할 무렵 주연배우가 '사고'를 쳐 개봉은 한없이 연기됐다. 극장을 건너뛰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직행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겨우 관객을 만났고, 예상 밖 흥행을 했다. 한국 영화 '소방관'과 '승부'의 공통점이다.
출연 배우 물의로 떨이 취급을 받던 '창고 영화'들이 흥행 전선에서 잇달아 힘을 내고 있다. '소방관'(2024)이 관객 385만 명을 동원하며 깜짝 흥행한 데 이어 '승부'가 135만 명(6일 기준)을 모으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소방관’은 배우 직격, ‘승부’는 지우기 전략
영화 '소방관'은 관람료 수익 일부를 소방관을 위해 기부(5억 원)하며 영화에 대한 비호감을 호감으로 바꿨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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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은 2001년 발생한 홍제동 방화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친구'(2001)와 '극비수사'(2015)의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소방관들의 사명감과 애환을 다뤘다. 2020년 촬영을 마친 이 영화는 개봉 시기를 적극 검토하던 2022년 9월 25일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배우 곽도원이 음주운전으로 입건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지난해 12월 4일 늦장 개봉했다.
'소방관'은 창고 영화라는 부정적 인식에 배우 리스크까지 겹쳤으나 손익분기점(250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정면 돌파가 주효했다. 곽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아주 밉고 원망스럽다…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곽도원을 매섭게 비판했다. 곽 감독이 배우의 책임감을 지적하면서 영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줄었다. 감독이 함께 일했던 배우를 공개적으로 나무라는 건 이례적이다.
'승부'는 사제지간인 바둑계 거물 조훈현, 이창호 기사의 사연을 소재로 2021년 촬영을 마쳤다. 2022년 출연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약 사건이 터지면서 개봉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지난달 26일 겨우 관객과 만나기 시작했다. '승부'는 '유아인 지우기' 전략으로 승부했다. 포스터와 예고편 등 각종 홍보물에서 유아인의 얼굴과 이름을 뺐다. 대중이 느낄 비호감을 적극 배제한 셈이다. '승부'는 손익분기점(180만 명)을 무난히 넘을 전망이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 담당은 "두 영화는 관람료 수익 기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젊은 층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배우 리스크 넘어선 이례적 사례
영화 '승부'는 이병헌과 유아인을 '투톱'으로 해 만들었으나 포스터는 '원톱' 영화처럼 보인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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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과 '승부'는 배우 리스크를 넘어선 드문 사례로 기록될 듯하다. 국내 영화계에서 배우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후 뒤늦게 개봉한 영화가 관객 사랑을 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 취급을 받다 극장가에서 조용히 사라지기 일쑤였다. 마약 투약과 성추문 의혹이 제기됐던 고(故) 이선균의 출연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행복의 나라'(2024)는 관객 68만 명과 71만 명에 각각 그쳤다.
'소방관'과 '승부'의 흥행은 유아인의 또 다른 출연작 '하이파이브' 개봉에 적잖은 힘이 될 조짐이다. '하이파이브'는 '과속스캔들'(2008)과 '써니'(2011)의 강형철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사람의 사연을 그린다. 2021년 촬영을 끝냈으나 '유아인 리스크'에 개봉이 무한정 미뤄져 왔고 6월 공개로 가닥을 잡았다. 투자배급사 NEW의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했을 때 초여름에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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