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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딥테크 산업이 눈에 띄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8일 발표한 '2024년 딥테크 10대 분야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딥테크 분야에 투입된 자금은 총 3.6조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이는 최근 5년간 최대 규모로, 혁신 기술에 대한 시장의 열망이 수치로 드러난 순간이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바이오 헬스케어와 인공지능 분야가 투자의 쌍두마차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다. 두 분야는 각각 전체 딥테크 투자의 33%와 26.7%를 차지하며 선두를 달렸다. 일명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벤처 생태계에서 이들 분야가 돋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공지능 분야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전년 대비 무려 75.1%나 증가한 9,694억원의 투자금이 쏟아졌고, 이는 딥테크 분야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세다. 세부적으로는 AI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분야가 가장 큰 규모(6,605억원)를 차지했지만, 성장률 측면에서는 AI 연산·처리 부품/장치 제조·설계 분야가 무려 290.9%의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생성형 AI의 확산과 함께 하드웨어 인프라에 대한 시장의 갈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파도가 왔다고 해서 모두가 서핑을 할 줄 아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AI라는 거대한 파도는 이미 도래했지만, 그 파도를 실질적 비즈니스로 승화시키는 기업들이 승자가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AI 연산·처리 부품/장치 제조·설계 분야의 급성장은 기반기술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이너, 리벨리온, 업스테이지, 에어스메디컬, 하이퍼엑셀 등이 인공지능 분야의 주요 스타트업으로 부상했다.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대비 17.1% 증가한 1조 2,140억원이 투자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답보 상태에 있던 바이오 투자가 다시 활력을 찾고 있는 것이다.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 스페클립스, 알지노믹스, 에임드바이오, 이마고웍스 등이 이 분야의 주요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흥미로운 점은 '차세대원전' 분야가 올해 처음으로 집계되었다는 사실이다. 135억원이 투자된 이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영역으로 평가된다. 삼홍기계가 이 분야의 주요 스타트업으로 언급되었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지표는 모태자펀드와 창업지원사업의 역할이다. 딥테크 투자를 받은 기업 중 75.1%가 정부 지원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았다는 점은 민간 자본과 공공 자본의 시너지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682개사가 모태자펀드를 통해 8조 8,070억원의 투자를, 353개사가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2,226억원의 자금 및 특별보증을 지원받았다.
이는 정부 지원이 단순한 '마중물' 역할을 넘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TIPS, 초격차1000+, 유니콘 프로젝트(아기, 예비) 등의 창업지원사업은 초기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 벤처투자 내 딥테크 투자 비중은 54.8%로, 2023년의 50.3%에서 꾸준히 상승 중이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나 플랫폼 비즈니스보다 기술 집약적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우세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국내 전체 벤처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22.9% 증가한 6.6조원을 기록한 가운데, 딥테크 분야는 그보다 높은 33.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잠시 흐릿해 보였던 한국 딥테크의 미래가 선명해지고 있다. 바이오와 AI를 축으로, 반도체와 우주항공까지 아우르는 다층적 성장은 한국 벤처생태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쏟아지는 투자금은 이제 딥테크라는 옥토에 떨어져 어떤 열매를 맺을지, 그 결실이 기다려진다.
글 : 김문선(english@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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