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모닝 인사이트] 반유대주의와 DEI 확산 막으려 아이비리그 겨냥 재정 삭감…기술 인력 유출, 공공외교 타격
[미 대통령전용기 상=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로 가는 미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미 무역 상대국에 대한 10% 관세에 일부 예외를 허용할 수 있지만, 무역 협상을 원하는 나라들에 있어 이 10%의 관세는 "하한선"에 꽤 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고 비즈니스 스탠다드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025.04.12. /사진=유세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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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동부의 아이비리그 대학과 문화전쟁을 벌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학 내 반유대주의 근절과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프로그램 제거 등의 이유를 들어 연방 정부 재정을 축소 또는 중단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대학들은 백기를 들고 있지만 연구인력 유출과 공공외교 등 장기적 측면에서 미국에는 큰 손실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선데이모잉 인사이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이비리그 대학들과 벌이고 있는 문화전쟁의 배경을 짚어보고 향후 미국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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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대주의 확산 막아라' 아이비리그 때리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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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의 반유대주의와 투쟁' 행사에 참석해 “유대계 미국인들이 백악관에서 경험한 가장 친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4.09.20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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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반유대주의 확산을 막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가 아이비리그를 향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 이후 반유대주의와 반전 시위가 급속히 확산됐는데 아이비리그 대학이 그 온상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일 트럼프 정부는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브라운대학교에 대해 5억1000만달러(약 7400억원) 규모의 보조금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비리그는 미 동부 8개 사립 명문대학교인 브라운대와 컬럼비아대, 펜실베니아대,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코넬대, 예일대, 다트머스대를 지칭한다.
취임 직후부터 반유대주의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엘리트 명문 대학을 겨냥한 강도높은 재정 압박에 나섰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가자전쟁에 반대하며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벌어진 컬럼비아대를 향해 4억달러(약 5900억원) 규모의 연방 계약과 보조금을 취소했다. 이어 반유대주의 대응이 미흡하단 이유로 하버드대학과 프린스턴대에 각각2억5560만달러(약3800억원), 2억1000만달러(약3000억원) 규모의 보조금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캠퍼스 내에서 유대인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비판하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조치인 셈이다.
이에 대해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준석 교수는 "유대계의 정치o경제적 영향력이 강력한 미국사회에서 반유대주의는 일종의 금기사항처럼 여겨진다"라면서 "과거엔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친이스라엘 성향이었다면 이젠 공화당과 트럼프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이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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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등 DEI 반대, 반엘리트주의 부각해 지지 여론 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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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로이터=뉴스1) 최종일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 전쟁이 지속중인 가운데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 교정에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교정에 텐트를 치고 수일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4.04.22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욕 로이터=뉴스1) 최종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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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아이비리그에 대한 압박은 DEI 프로그램 등 이른바 진보적인 색채를 지우고 보수층 지지를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DEI는 '다양성o형평성o포용성(DiversityoEquityo Inclusion)'의 약자로 다양한 인종, 성별, 성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차별로부터 보호하고 교육과 고용 등에서 혜택을 주는 우대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정부가 주도해 온 DEI 정책이 백인과 남성 등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비판하면서 취임 직후 DEI 정책을 폐지하고 트렌스젠더의 군입대와 스포츠 참여를 금지하도록 지시했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모교인 펜실베니아대는 트렌스젠더 수영선수 출전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연방 보조금 1억 7500만달러(약 2500억원) 지급이 중단됐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기득권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비리그를 압박함으로써 노동자, 백인이 중심이 된 핵심 지지층의 여론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트럼프의 지지층은 DEI 등을 통해 소위 '정치적 올바름(PC)'을 강요하고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훼손하는 기득권 엘리트층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장승진 교수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운데 저학력 노동자 계층이 많다 보니 고등교육과 인텔리 계층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많다"면서 "트럼프의 아이비리그 때리기는 이런 지지층을 향한 일종의 정치적 퍼포먼스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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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유출 및 공공외교 약화 등 제 발등 찍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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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로이터=뉴스1) 김지완 기자 =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04.0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로이터=뉴스1) 김지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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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아이비리그 때리기는 소기의 정치적 목적은 달성할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 패착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먼저 아이비리그에 대한 재정 축소는 결국 연구비, 보조금, 학자금 지원 중단으로 이어지고 특히 대규모 자금을 필요로 하는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의 연구 역량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학에선 신규 연구원 채용 동결이나 학과 통폐합, 나아가 입학 정원 조정 등 긴축 운영에 들어가면서 아이비리그의 전반적인 교육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외 우수한 인재를 유치해 R&D와 기술 혁신을 선도해 온 아이비리그의 경쟁력이 그만큼 후퇴할 것이란 우려다.
미국 사회의 양극화와 분열 양상도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당 정치에 기반한 미국 정치와 사회는 기본적으로 보수와 진보적인 가치가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그러나 자유로운 학문의 전당인 캠퍼스가 이념 대결의 핵심 전선으로 전락하게 되면 미국 사회의 양극화와 분열이 심화하고 그로 인해 사회적 불안과 충돌 위험이 고조될 거란 설명이다.
장승진 교수는 "미국 사회의 혁신은 우수한 대학에서 나오는데 자금지원 중단으로 대학이 위축되고 소속 연구자들이 캐나다 등지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트럼프의 아이비리그에 대한 압박조치는 장기적으로 미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이재묵 교수도 미국 대학에서 R&D와 첨단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이공계 인력의 상당수는 인도와 중국계인데 트럼프의 압박이 지속되면 인재들이 버티기 힘들 것"이라면서 "우수한 기술인력 유출이 불가피하고 공공외교까지 약화하면서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해치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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