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羅 맹비난... '드럼통→영현백' 패러디도
"명예훼손 혐의로 나 의원 고발" 민주 예고에
나경원 의원실 "정략 고소 남발... 맞고소할 것"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라는 팻말을 든 나경원(왼쪽 사진) 국민의힘 의원. 오른쪽은 나 의원의 해당 사진을 패러디하고 있는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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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극우 진영에서 통용되는 ‘드럼통’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에 빗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역공을 당하고 있다. 과거 그의 유류비 과잉 사용 논란이 다시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안 하느니만 못했던 ‘이재명 저격’ 공세였던 셈이다.
김성회 "나경원, 드럼통 필요한 이유 알아보자"
김성회 민주당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나 의원에게) 드럼통이 필요한 이유를 알아보자”고 적은 뒤, 14년 전 나 의원의 유류비 논란을 다룬 기사를 첨부했다. 2011년 나 의원이 옛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시절, 2009~2010년 정치자금 3,000여만 원을 기름값으로 지출한 사실을 지적한 기사였다. 당시 그는 하루 네 차례씩 주유한 기록도 나와 “주유소 깡이 의심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린 이유는 같은 날 등록된 나 의원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있다. 나 의원이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적은 팻말을 든 채 드럼통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그가 언급한 ‘드럼통’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등에서 이 전 대표를 비하할 때 쓰는 밈이다. 영화 ‘신세계’에서 조직폭력배가 시신 유기 시 드럼통을 사용하는 설정에서 유래했다. ‘과거 유류비로 정치자금을 수천만 원이나 지출했던 나 의원으로선 정말로 기름을 담을 드럼통이 필요할 것’이라고 김 의원이 비꼰 것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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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드럼통’ 사진을 발 빠르게 패러디한 사진도 등장했다. 모경종 민주당 의원은 나 의원 사진과 동일한 구도로 자신이 ‘영현백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고 적은 피켓을 들고 침낭에 들어가 있는 사진을 이날 페이스북에 올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3 불법 계엄 당시 민주당 인사들을 ‘수거’해 영현백에 담아 처리하려 했다는 의혹을 겨냥한 것이다. 영현백은 전사자나 순직자 유해를 수습해 운반하는 특수 가방이다.
"최악의 대선 캠페인" "고발 조치 예정"
야권은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에 대해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품위 없는 최악의 대선 캠페인”이라는 것이다. 김문수 민주당 의원은 “천박하고 비굴하고 양지에서 기득권의 단물만 빨아 먹고 사는 나경원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저런 천박한 드럼통”이라며 “내란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데 극우 밈에 편승한 퍼포먼스로 대권 놀음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쏘아붙였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역시 “역대 대선 캠페인 이미지 중 단연 최악”이라며 “후보 본인이 직접 등장해 품위를 내려놓은 것은 덤”이라고 비판했다.
법적 조치도 예고했다. 민주당 허위조작정보감시단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허위사실공표죄 및 명예훼손 혐의로 나 의원을 고발 조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드럼통은 이재명 예비후보를 허위 프레임으로 음해하는 데 반복적으로 사용된 상징물”이라며 “나경원 의원실 또는 캠프 내부와 일베 간 연계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실은 “민주당의 정략고소 남발에 대해 맞고소로 강력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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