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절 우선 접종 대상자가 아닌 이들에게 백신을 접종시키도록 부하 직원에게 지시한 보건소장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 전 충북 옥천군 보건소장과 정모 전 옥천군 보건소 감염병 관리과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전 소장 등은 2021년 4월~6월 우선 접종 대상자가 아닌 이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는 정부가 백신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직군, 연령대 등을 고려해 순서대로 백신 접종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2021년 4월18일 저녁 접종센터로부터 잔여 백신 2개가 남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정 전 과장은 이 전 소장에게 "A부시장에게 접종하면 어떻겠느냐"고 건의했다. 이 전 소장은 이에 동의하고 접종을 지시했다.
구체적으로 당시에는 만 75세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춘 이들에게 우선 접종권이 주어졌지만 A부시장은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에 A부시장은 '기타예약자'로 등록돼 화이자 백신 1차를 접종했다.
이 전 소장은 같은 해 5월24일~26일쯤에도 사료협동조합 직원 B씨로부터 "곧 미국 출장이 잡혔는데, 질병관리청 사전 승인을 못 받아도 화이자 접종이 가능하겠느냐"는 부탁받았다. 이에 이 전 소장은 정 전 과장에게 "화이자 백신을 맞혀주라"고 지시했고, 정 전 과장은 담당 직원에게 지시를 전달했다.
당시 백신 수급에 여유는 있었지만 담당 직원들은 지침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접종을 무리라고 항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이 전 소장 등은 접종 지시를 여러 차례 반복했고 결국 B씨는 '기타예약자'로 등록돼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이 전 소장은 같은 해 6월1일~7일에도 보건소 구급차 운전 등을 맡은 C씨와 D씨가 백신 접종을 못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담당 직원에게 "두 사람도 빨리 화이자를 맞게 해달라"고 지시했다. C씨와 D씨도 '기타예약자'로 입력돼 화이자 백신 접종을 마쳤다.
검찰은 이 전 소장 등이 직권을 남용해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접종을 시켰다며 공소를 제기했다. 또 출국 목적이라도 질병관리청 승인을 거치지 않고 백신을 접종한 것도 직권남용 범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백신 사용에 대한 보건소장의 재량권을 넓게 인정했다. 1심은 "백신의 특성이나 수급 상황, 국내 감염 확산 속도 내지 진행 상황 등에 따라 수시로 예방 접종지침이 변경되는 등 급박한 상황이었다"며 "피고인들에게는 법령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예방접종 대상자의 선정과 관리에서 포괄적인 범위의 재량권을 부여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또 행정적인 지침과 법의 효력을 달리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이 사건 예방 접종사업 지침은 예방접종센터에 대한 제반 행정 지침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른바 법적 구속력을 갖는 법령의 효력을 갖는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1심은 특히 "백신이 부족해 당일 접종 예정자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사정은 없다"며 "피고인들에게 불법적인 목적이 있었다거나 피고인들과 이 사건 접종자들 사이에 특별한 개인적 친분이나 사적 동기, 부정한 청탁, 인사상 대가관계가 결부돼 있다는 등의 사정도 없다"고 밝혔다.
2심 법원도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최종적으로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이를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