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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1 (목)

    ‘깐족’과 ‘버럭’, 그리고 토론의 품격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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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의 1 대 1 토론 가운데 최고 히트작은 단연 지난 25일의 한동훈-홍준표 토론이다. 28일 현재 유튜브 조회수 134만이다. 스타성 높은 두 ‘말꾼’의 대결에 붙은 댓글 중에는 “이러니 개콘(개그콘서트)이 망하지”라는 글도 있다.



    흥행엔 성공했어도, 이 토론이 후보와 당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두고는 회의적 반응이 많다. 품격과 비전보다는 ‘깐족’과 ‘버럭’만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토론의 핵심인 설득의 세 요소로 로고스(논리), 파토스(감정), 에토스(인격)를 제시했다. 설득하려면 논리·이성과 감정·공감의 힘뿐만 아니라 말하는 이의 인품·신뢰도 중요하단 것이다. 말하기 연구자들은 토론에서 상대방에 대한 지적·도덕적 우월성을 가정하는 자세를 경계하라는 조언도 한다. ‘100분 토론’을 8년 가까이 진행한 언론인 손석희는 ‘훌륭한 토론자’ 요건의 하나로 “적극적이면서도 다른 사람 기분을 별로 안 상하게 하는” 것을 꼽았다.



    한-홍 토론은 이러한 측면들에서 보면 실패작이다. “대통령한테 깐족대고 조롱한 일 없습니까?”(홍) “홍 후보가 페이스북에 쓴 폄하하는 막말들이 깐족대는 겁니다.”(한) “김건희 여사를 형수라 부르지 않았습니까?”(홍) “최근에 부부 동반으로 식사하신 건 홍 후보님이시잖아요.”(한)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 내외 비난 글을 쓴 게 한 후보 가족인가 아닌가 대답하세요.”(홍) “계엄은 도망다니시면서 게시판에 진심인 게 참 황당합니다.”(한) “말 안 하는 거 보니까 가족 맞는 모양이네.”(홍) “마음대로 생각하십쇼.”(한)



    홍 후보는 토론에서 수차례 “그런 식으로 되받아치고 깐족대니까…”라고 열을 내다가, 급기야 “진짜 방송 그만하고 싶네”라고 했다.



    한 후보는 상대방의 빈틈은 털끝만큼도 놓치지 않고 공격적으로 파고들고, 불리한 사안은 역공 질문으로 되치기 하는 데 능하다. 홍 후보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솔직한 태도가 강점인데, 감정을 숨기지 않고 고압적 태도로 이어질 때가 많다. 깐족과 버럭은 흥미를 주지만 피로감도 함께 주며 비호감을 유발한다.



    윤여준 전 장관은 저서 ‘대통령의 자격’에서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언행의 자질 네가지로 △절제되고 기품 있는 언어 구사 △말의 일관성 △말과 행동의 일치 △매사에 신중한 자세와 금도를 꼽았다. 달아오르는 6·3 대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품격에 걸맞은 말의 경쟁을 기대한다.



    황준범 논설위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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