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이라기보다는 매뉴얼 확인한 것" 옹호
"김문수 최대 약점부터 분칠?" 비판 이어져
2011년 12월 19일 119전화 통화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김문수(가운데) 당시 경기지사가 같은 해 12월 30일 경기 남양주 소방서를 찾아 당시 전화를 받아 타 지역으로 전보조치됐다가 원대복귀한 소방관들을 만나 대화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해당 소방관들이 어색한 듯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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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도지삽니다" 발언 갑질 논란을 왜곡한 글이 최근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14년 전 김 후보가 119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용건 없이 수차례 자신의 신분만 밝히다 소방관이 전화를 끊자, 해당 소방관 등을 다른 지역으로 전보조치해 거센 비난을 받았던 사건이다. '소방관이 매뉴얼대로 직위와 이름을 대지 않은 게 진실'이라는, 김 후보에게 유리한 입장을 부각한 글에 누리꾼들은 "김 후보의 큰 약점인 이 사건부터 분칠에 들어가려 한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의 글은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문수가 개꼰대 취급당하게 된 '도지삽니다' 사건 전말"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됐다. 글에서 먼저 언급된 것은 2009년 경기 남양주소방서 관할 지역에서 발생한 70대 노인 동사 사건이었다. 두 차례의 119 구조 요청을 소방 당국이 장난전화로 여기고 출동하지 않은 탓에 비극을 낳았고, 이후 경기도 소방본부에서 만든 전화 응대 매뉴얼에 '사건 접수 시 관등성명을 대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했다.
"갑질 아니야, 소방 책임자로서 매뉴얼 확인"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하고 있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도지삽니다' 발언 논란 관련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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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김문수 옹호'가 이어졌다. 게시글은 "2011년 김 지사가 지인 병문안으로 남양주 방문차 119 상황실에 전화해 도지사 신분을 밝히고 관등성명을 총 9차례 요구했으나, 상황실에서 장난전화로 판단하고 응대하지 않았다"고 서술했다. 그러면서 "소방본부가 두 소방관을 타 지역으로 전보 보내고, 익일 철회했다"며 "김문수는 경기도 소방 총 책임자로서, 갑질이라기보다 정비한 매뉴얼이 실제로 잘 반영됐는지 사실을 확인한 건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해당 사건은 2011년 12월 19일 발생했다. 언론에는 같은 해 12월 28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도내 소방관들에게 '김문수 경기지사 목소리를 기억하라'는 특별 교육 실시를 각 소방서에 지시했다"는 취지로 처음 보도됐다. 김 후보와 통화했던 두 소방관은 '직위와 이름을 밝혀야 하는 근무수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 발생 나흘 뒤 경기 포천·가평소방서로 각각 전보됐고, 추가 징계가 검토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119 전화해 "이름 말하라" 다그친 김문수
2011년 12월 30일 김문수(오른쪽) 당시 경기지사가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 남양주소방서에서 자신의 '전화 갑질' 논란을 해명한 뒤 소방관의 손을 잡고 있다. 남양주=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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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옹호' 게시글이 언급한 2009년 남양주 동사 사고는 당시 경기도청의 입장문에도 나오긴 했다. 경기도청은 그러나 "경기지사 목소리를 기억하라는 교육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 후폭풍은 컸다. 김 후보 육성이 담긴 음성 파일은 온라인에도 공개됐는데, 그가 구체적 용건은 밝히지 않은 채 소방관에게 "이름이 뭐냐"고 다그치기만 했기 때문이다. '도지사 갑질 논란'으로 비화했던 이유다. 특히 소방관 전보 조치를 두고 '괘씸죄'가 적용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졌다. 당시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 '김문수'는 1위를 기록했고, 이를 비꼬는 각종 패러디도 줄을 이었다. 소방관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 조치 철회 청원 운동'까지 진행되자, 김 후보는 첫 보도 이튿날인 2011년 12월 29일 두 소방관의 원대 복귀를 지시했다. 전보 조치 엿새 만이었다.
현재 온라인에 확산 중인 글은 김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왜곡·각색됐다는 게 누리꾼들의 지적이다. 해당 글에는 "당시 관등성명을 댔던 다른 소방관도 전보 조치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이 사건을 쉴드(실드) 치면 칠수록 (김 후보만) 우스꽝스러워질 것" 등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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