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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5 (목)

    진행 중 형사재판도 대통령 불소추특권 대상이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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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정청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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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승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전 대한법무사협회장



    12·3 내란사태의 트라우마로 고통받던 국민들이 윤석열 파면 후 겨우 안정을 찾아가던 중에 5·1 사법 폭거로 또 한차례 온 나라가 소용돌이쳤다. 일정상 대선 이전에 재판을 끝내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듣도 보도 못한, 졸속의 파기환송심 판결이 튀어나왔다. 그 대상이 유력 대선후보라는 점에서 누가 봐도 사법의 정치 개입으로 보였다. 어떻게든 당사자에게 유죄 올가미를 씌워 대선을 치른 후 당선되어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억지 사법리스크를 쏘아 올려 국민들의 판단을 혼란케 할 저의가 아니라면 그럴 수는 없다.



    5·1 사태로 헌법 제84조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대하여 어깨너머 말들이 무성하다. 공소 제기만 금지될 뿐이라느니 혹은 진행 중인 재판도 정지된다느니 하는 등이다. 이는 소추가 무엇인가와 관련된 문제다. 헌법은 대통령은 내란죄․외환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할 뿐 소추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는 국가 안전과 존립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이상 형사 책임을 묻지 않고 국정 운영에 전념케 하겠다는 주권자의 의지와 염원이 담겨있다. 소추를 일각에서 말하듯 공소 제기에 한정할 수 없는 까닭이다.



    소추 개념은 형사 절차를 규정한 형사소송법에서 비로소 분명해진다. 헌법과 법률의 관계에서 헌법은 법률을 통하여 그 상징성을 구체화하며 실현되는 모습을 띠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국가소추주의’ 규정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여기서 소추의 개념이 나오는데 공소를 ‘제기’함은 소(訴)로, 제기한 공소를 ‘수행’함은 추(追)로 설명된다. 소추에 대하여 필자는 형사 소송의 이해가 개념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생각에 2012년 졸저 ‘형사소송법’에서부터 이를 명확히 해왔다.



    이처럼 헌법의 취지와 구체적 법률의 해석으로 소추는 공소 제기와 공소 수행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는 공소 제기뿐만 아니라 공소 수행 없는 재판이 있을 수 없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헌법이 불소추특권을 공소의 측면에서 규정한 것은 재판도 검사의 공소 제기에서 시작되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수사의 목적은 공소 제기이며 공소 제기로 재판이 시작된다. 수사, 공소 제기 및 재판은 발전적으로 움직여 나가며 그 정점에 재판이 자리한다. 이런 불가분의 시스템에서는 새로운 공소 제기와 진행 중인 재판을 달리 취급할 까닭이 없으며 이는 입법 취지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일반 범죄에 대해서는 헌법이 불소추특권을 둔 이유, 소추의 뜻에 대한 형사소송법 규정, 불가분의 사법 시스템 등에 비추어 수사와 공소 제기는 물론 진행 중인 재판도 당연히 정지된다고 해야 한다.



    사법부의 이성을 믿고 싶다. 주권자가 그 자질을 공개 검증 후 직접 선택하는 것이 대통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국민이 그에게 맡긴 국정 운영의 안정을 필연적으로 해칠 수밖에 없는 재판 강행은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이는 5·1 사태 등 지금까지 보아온 사법 폭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요컨대 재직 중 대통령에 대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이 정지되어야 함은 현행법의 해석만으로 충분하다. 다만, 사회적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차제에 입법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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