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27일 시민 문재성 씨로부터 5분 40초 분량의 8㎜ 필름의 영상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27일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공개된 80년 5월 광주의 모습. 시민 문재성 씨가 80년 5월 21일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촬영한 이 영상물에는 시민 시위대의 모습 등이 담겨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5·18 항쟁의 정점이자 도청 앞 집단발포 직전 시기인 5월 21일 오전 10시부터 정오 무렵까지가 담긴 이 영상에는 당시 금남로에 있던 시위대와 일반 시민들의 모습, 계엄군과의 대치, 상공을 선회하는 헬리콥터와 군용 수송기(C-123)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5월 21일 화재가 난 MBC 광주방송국의 모습과 5월 23일 이후로 추정되는 태극기가 걸린 충장로 일대, 시민들 일상 장면도 포함돼 있다.
문재성 씨는 금남로 가톨릭센터 앞 아치 구조물 위에서 고정된 구도로 촬영했는데, 시위대 중심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현장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포착했다.
기존 공개됐던 대부분의 영상이 도청 앞에서 시위대를 바라보는 계엄군의 시선에 제작된 반면 이 영상은 시민 내부에서 바라본 장면이다.
시신 2구를 실은 손수레와 시민이 몰고 온 장갑차, 군용 헬기와 수송기의 상공 비행, 가두방송, 시민들의 환호, 버스를 정리하는 장면 등은 당시 광주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영상에는 계엄군에게 실탄이 분배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시점(오전 10시~10시 30분경 추정), 장갑차에 캘리버50 기관종이 장착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시각, 군용 헬기의 상공 배치와 계엄군 도열 등 당시 군 작전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는 장면들이 담겨 있다.
기존 영상들 중 일부는 필름 순서나 시간대가 뒤바뀌었거나 연출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던 반면 이 영상은 타임라인이 명확히 유지된 상태로 현장을 보여주고 있어, 계엄군 측 진술의 진위나 영상 조작 의혹을 교차 검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영상 속에는 당시 광주시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시민들을 설득하려다 야유를 받고 내려오는 장면과 아세아자동차에서 시민들이 몰고 온 장갑차의 등장, 최루탄 투척으로 무너지는 시위대 대열, 이를 피해 후진하는 장갑차, 시신 손수레를 끝까지 지키려는 시민들의 모습도 담겼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45년 전 광주는 죽음의 도시였지만 지금은 살아나는 도시, 승리하는 도시, 민주·인권·평화의 도시가 되었다”며 “그 정신으로 이제 민주 정부를 세우고 5월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