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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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출범과 함께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시동을 건 가운데, 재정 지출 확대를 감당할 ‘재정 여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신호를 연거푸 내보내고 있다. 추경 재원을 적자국채 발행에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점을 적잖이 의식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이기 위해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편성된 올해 본예산에 대한 재정당국의 지출 구조조정이 일부 추진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10일 여권과 정부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전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점검 티에프(TF) 2차 회의에서는 추경 재원 마련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2차 추경안에 담아낼 지출 사업뿐 아니라, 지출을 뒷받침할 가용 재원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졌단 뜻이다. 특히 대통령실 쪽은 기획재정부에 국채 발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재원 방안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채 발행에만 기대지 말고 기존 예산·기금에서도 추경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을 찾아보란 지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주재한 1차 티에프 회의에서도 재정당국에 구체적인 추경 재정 여력을 질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실이 국채 발행 최소화 방안 수립을 지시한 것은 새 정부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도 재작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수결손이 발생할 것이란 예상이 많은 상황에서, 기존 본예산상 지출을 줄이지 않으려면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추경안과 별개로 세입 상황이 나빠 이미 추가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고 있단 뜻이다. 여기에 20조원 이상 추경은 재정건전성 지표의 급격한 악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재정 확장 기조였던 과거 문재인 정부가 “재정 중독”과 같은 야권의 정치적 공격에 매번 부딪쳤었다는 점도 새 정부의 ‘재정건전성 의식 행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단 해석도 나온다. 앞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중은 문재인 정부 기간 10%포인트 이상(2017년 38.0%→2022년 49.8%%) 제법 큰 폭으로 늘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 비중은 50.7%로 100%를 훌쩍 넘는 주요국과 비교해 ‘재정 여력’이 큰 편이지만, 부채 증가 속도는 예의주시해야 한단 지적도 많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정부 핵심 관계자는 “추경 편성 이후인 오는 8월 중에 5년 단위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장기 재정전망’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며 “이번 정부에서 국채 발행 규모가 급증할 경우 장기 재정전망이 기존 대비 악화할 수밖에 없고 이런 점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채 발행 최소화 지시를 받은 기획재정부는 올해 본예산에 담긴 사업들을 우선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에서 편성한 올해 예산 사업 중 재정 승수가 낮은 사업에 대해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단 뜻이다. 그러나 당장 추경 재원은 추가 국채 발행과 기존 예산 구조조정 등으로 마련하더라도, 중장기 재정 운용의 기반 닦기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새 정부가 길지 않은 시차를 두고 세입기반을 강화할 증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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