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그 향기를 맡을 수 있으셨을 때 말이야.”
-영화 ‘씨너스: 죄인들’ 중에서
영화의 약발은 기대만큼 세지 않았다. 배경인 미국 남부 음식에 비유하자면, 향기도 그럴싸하고 제법 재치도 부렸건만 어쩐지 충분히 걸쭉하진 않은 ‘검보’ 같았달까. 그런데 영화가 끝난 후 머릿속 스크린에는 뜻밖에도 꽃의 이미지가 각인되었다. 특히 옛 애인이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으면서 왜 우리 엄마 장례식 때 꽃 한 송이 보내지 않았느냐’고 따졌을 때 주인공이 내뱉은 저 대사 속 꽃이.
그래, 죽고 나서 꽃을 아무리 많이 받아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어차피 향기도 맡지 못할 거. 살아 있을 때 서로서로 잘할 일이다. 그나저나 뱀파이어 영화인데 붉은 피보다 스크린에서 맡은 하얀 꽃향기가 오래가다니! 덕분에 뱀파이어의 예리한 후각이라도 얻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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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시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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