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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수녀원 무료급식소서 삼겹살 굽기 봉사한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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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원 끊겨 고기반찬 부족” 소식 듣고

    불교 봉사단체 스님-자원봉사자 방문

    고기 구워 어르신 100여명 점심 대접

    동아일보

    12일 광주 남구 방림2동의 성요셉의 집 사랑의 식당에서 문빈정사 주지 법공 스님(오른쪽)이 불판에 삼겹살을 굽고 있다. 사진 출처 오영순 광주 남구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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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에 고기 후원이 끊겼다는 소식을 접한 스님과 불자들이 삼겹살을 후원하고 직접 구워서 배식에 나선 미담이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 기반의 불교 자원봉사단체 자비신행회는 12일 광주 남구 방림2동의 무료급식소 ‘성요셉의 집 사랑의 식당’을 찾아 삼겹살 20kg과 쌀 100kg을 기부했다. 이어 현장에서 고기를 구워 100여 명의 어르신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성요셉의 집은 천주교 까리따스수녀원이 1998년부터 운영해온 무료급식소다. 정부나 지자체의 식비 지원 없이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의 기부로만 운영되고 있다.

    자비신행회는 불교계 자원봉사단체로, 1999년부터 광주를 중심으로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급식, 의료 지원, 반찬 나눔 활동을 펼쳐 왔다. 특히 ‘고기특공대’라는 대학생 자원봉사팀을 꾸려 매달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고기를 구워 드리는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성요셉의 집’ 방문은 급식소에서 고기반찬을 더 이상 내놓기 어렵다는 소식을 들은 자비신행회가 나서면서 성사됐다. 급식소의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오영순 광주 남구의회 의원이 최근 자비신행회 측에 “수녀님들이 삼겹살 한 점 드리지 못해 안타까워하신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자비신행회가 흔쾌히 수락해 문빈정사 봉사팀과 함께 고기특공대 특별행사를 마련했다.

    행사 당일에는 문빈정사 주지 법공 스님을 비롯한 불자 자원봉사자 8명이 앞치마를 두르고 급식소를 찾아 삼겹살을 직접 굽고 상을 차렸다. 법공 스님은 어르신들 앞에서 고기를 정성껏 구우며 일일 요리사로 나섰고, 노인들은 따뜻한 식사를 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법공 스님은 “종교를 떠나 서로 돕는 것이 자비의 실천이며 한 끼 식사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위로와 존중의 마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비신행회 관계자는 “성당에서 고기를 굽는 스님을 처음 본다는 분들도 계셨지만 모두가 웃으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자리가 됐다”고 전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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