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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불붙는 OTT 시장

    [인터뷰] "넷플릭스 콘텐츠, 이렇게 만듭니다"…프로덕션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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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수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프로덕션 부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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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봉준호 감독의 '옥자', 이창동 감독의 '버닝'. 이 세 작품은 하정수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프로덕션 부문 디렉터가 조연출로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었던 그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에서 프로덕션을 총괄하게 된 배경엔 한국 첫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결정적이었다.

    23일 넷플릭스 서울 오피스에서 만난 하 디렉터는 당시를 회상하며 "영화 버닝이 끝나고 킹덤 제작에 합류했는데 4K·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고 한국어와 한국 스태프로 제작하는 작품을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며 "후반 작업 프로듀서로 제작에 참여했다가 본사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한국 오피스에 입사해볼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아 수락했고, 킹덤이 나온 시점(2019년)엔 넷플릭스 소속 직원이 됐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에서 하 디렉터가 맡고 있는 업무는 '프로덕션' 운영이다. 프로덕션이란 기획, 촬영, 편집, 후반 작업, 마케팅 등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크게 사전 작업(프리 프로덕션), 촬영, 후반 작업(포스트 프로덕션) 등으로 구분짓기도 하는데 하 디렉터는 프로덕션팀·후반작업팀·VFX/버추얼프로덕션팀·음악팀 등으로 구성된 조직을 총괄하고 있다.

    ◆끊임없는 소통과 시도, 글로벌 흥행작 배출로

    그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프로덕션 운영 방법으로 '소통'과 '자연스러운 협업 체계'를 꼽았다. 시나리오 준비, 출연진 및 스태프 섭외, 촬영 장소 헌팅, 예산 설정 및 자금 확보, 대본 리딩 등 리허설에 이르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제작·협력사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 넷플릭스만의 강점이다.

    하 디렉터는 "파트너사와 넷플릭스 간의 협업 시스템엔 신뢰 관계가 뒤따른다"라며 "좋은 작품을 찍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에서 편하고 빠르게 솔루션을 제공할 정도로 소통하다보니 파트너들이 이를 넷플릭스의 장점으로 꼽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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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그는 "넷플릭스는 창작자가 자신의 크리에이티브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시각특수효과(VFX)나 돌비 애트모스 같은 기술적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며 "창작자들이 하고 싶었던 표현들이 실제로 구현되다보니 넷플릭스에 들어오는 이야기의 스펙트럼도 한층 넓어지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프로덕션에서 후반 작업은 촬영 분량을 편집하는 것 외에도 컴퓨터 그래픽(CG), VFX, 음악 믹싱, 색보정(DI) 등 다양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각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회사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슈퍼돼지 '옥자'와 웹툰을 찢고 나온 듯한 괴물들의 출현으로 화제를 모았던 '스위트홈'에 이르기까지 모두 제작·파트너사와의 협업을 거쳐 이뤄진 결과물이다.

    특히 스위트홈의 경우 그간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크리쳐를 실사화해야 했기에 제작진, 파트너사, 넷플릭스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하 디렉터는 설명했다. CG·VFX 외에 실시간으로 가상세계를 구축하고 촬영을 진행하는 버추얼 프로덕션 기법까지 적용한 끝에 '연근이'와 '프로틴'으로 불리는 괴물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구현될 수 있었다.

    하 디렉터는 "다양한 유형의 크리쳐(괴물)를 제한된 시간 안에 만들어야 해 와닿지 않으면 어떡하나 등의 원초적 고민이 있었다"면서도 "실제 괴물이 없는 상황에서 배우들이 연기했고 버추얼 프로덕션을 통해 생성한 배경과 결합하는 과정으로 구현하는 과정이 제작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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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트홈으로 버추얼 프로덕션을 처음 도입했던 넷플릭스는 이후 '택배기사' 등 다양한 콘텐츠에 관련 기술을 적용하며 제작 노하우를 확대했다. 카체이싱(차량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 그린스크린 대신 정교한 LED월을 이용해 공정을 간소화하거나, 배우의 얼굴을 360도 캡쳐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CG를 결합해 표정의 현실감을 살린 자회사 '아이라인 스튜디오'의 '볼륨 캡쳐' 기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볼륨 캡쳐 기술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유유백서'에 적용돼 등장인물의 역동적인 표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 디렉터는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파트너사를 필요로 하는 창작자가 있으면 연결·지원하고 관련 업체들 역시 해당 기술을 개발하며 산업군을 형성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창작자가 넷플릭스에서 경험한 기술과 제작 노하우를 다른 플랫폼에서도 구현하면 관련 기술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이 평준화 됐다가 또 한 차원 높은 기술을 발굴·개발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 양성·기술 보급…"웰메이드 K-콘텐츠 제작 순환 구조 만들 것"

    이런 제작 환경의 개선을 위해 넷플릭스는 정부 및 산하 기관과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5월 정식 출범한 창작자 대상 프로덕션 교육 프로그램 '그로우 크리에이티브 교육 캠페인'은 대표적인 창작 지원 프로젝트로 꼽힌다. 그로우 크리에이티브 교육 캠페인은 대학생 및 현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VFX 등 제작 기술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업계 내 인력 양성을 위해 넷플릭스는 한국콘텐츠진흥원·한국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2년 연속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과 제작 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지난해 업무 협약 이후 국내외에서 초빙된 54명의 강사진이 참여했으며 약 1100여명의 영상 제작 및 후반작업 분야 인력들이 총 8개의 단기 교육 과정에 참가했다. 지난해 기준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대학생 및 현업 전문가는 약 2400명 수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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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넷플릭스는 제작현장 인턴십도 진행하는 한편 이달 들어 양일간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약 100명의 콘텐츠 산업 종사자와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 홍릉인재캠퍼스에서 'K-콘텐츠 글로벌 더빙 워크샵'을 열기도 했다.

    더불어 넷플릭스가 국내 VFX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한국전파진흥협회와 함께 진행하는 'VFX 아카데미'는 지난해 11월 5기 교육생까지 모집하며 현업에 투입될 수 있는 인력들을 대거 배출하는 상황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VFX 아카데미 시작 이후 4기까지 졸업생 234명 중 60% 이상이 관련 업계에 취업했다.

    이 외에도 넷플릭스와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아카데미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화제와 상업영화에 데뷔한 동문 감독을 초청해 실질적인 업무 노하우와 경험담을 나눈 바 있다. 올해 1월에는 'KAFA X Netflix 마스터클래스(리부트캠프)'를 진행하고 총 5일간 교육 및 매일 참가자 개개인과 진행한 30분 이상의 1대1 멘토링도 제공했다.

    하 디렉터는 "교육이라는 게 눈에 안 보이는 무언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스스로가 한국의 콘텐츠 제작이 언젠간 빛을 발할 것이라 생각했고 1~2년 사이에 그렇게 됐다"며 "넷플릭스에서 만드는 한국의 영화, 드라마, 예능이 전 세계에 소개되고 기술적으로나 이야기 측면에서 재밌고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인식과 이노베이션 인프라를 제공하는 순환 구조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하 디렉터는 창작자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구축·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그는 "창작자들이 시나리오에서 구현하고 싶은 간지러운 것들을 잘 긁을 수 있게 다양한 제작 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소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저희의 목표"라며 "자연스럽게 잘 만든 작품은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마련이며 지금은 그것밖엔 보이지 않는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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