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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인파 몰린 ‘세계유산’ 울산 반구천 암각화…보전, 교통 보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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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울산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에서 방문객들이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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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선사문화의 정수로 전 세계의 인정을 받은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암각화 보전과 열악한 교통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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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찾은 울산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이곳은 울타리를 넘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암각화를 관찰할 수 있다.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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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구천의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인 지난 13일 오후 울산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향하는 길. 차량 두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도로 갓길에 차량 10여대가 늘어섰다. 수시로 차량이 빠져나가고,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반구천을 건너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와 공룡 발자국이 마주 보고 있는 이곳은 인근 ‘반구대 암각화’보다 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선사인과 신라인이 바위에 새긴 그림과 문자를 훨씬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높이 약 2.7m, 너비 9.8m 크기의 바위 위쪽에는 선사시대에 새긴 기하학적 문양이, 아래쪽에는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 시기에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글과 그림 등 620여점이 있다. 동쪽을 바라보고 선 암각화는 오전에 관람하기 좋다고 한다.



    황성희 문화관광해설사는 “볕이 잘 드는 오전에는 기마행렬도까지 잘 보인다. 시간대를 알고 오는 분들은 일찍 와서 오전 10시에 출근하는 해설사를 기다리기도 한다”며 “세계유산 등재 소식 덕분인지 하루에도 부산, 김해, 서울, 인천 등 전국 곳곳에서 관광객이 왔다. 2011년부터 일하면서 이 정도로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계속 오는 모습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로 가는 방법은 두가지다. 반구천을 따라 이어진 2.4㎞가량의 산책로를 걷거나, 다시 차량을 타고 큰 도로로 나와 암각화박물관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암각화박물관 주차장은 만차였고, 박물관 앞 도로 갓길을 점령한 수십대의 차량은 암각화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암각화 입구 공영주차장은 텅 비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1.5㎞를 더 걸으려는 이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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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울산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로 가는 길.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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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울산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로 가는 길.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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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구대 암각화’를 볼 수 있는 전망대는 암각화박물관에서도 1.2㎞, 약 20분을 더 걸어야 한다. 암각화로 가는 길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우거진 수풀을 볼 수 있다. 전망대는 이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여기 봐, 호랑이가 있어! 여기 세모!” 한 아이가 디지털카메라로 암각화를 이리저리 비추다 소리쳤다. 고래, 사슴, 호랑이 등 312점을 새긴 암각화는 반구천 넘어 높이 4.5m, 너비 8m의 절벽에 있다. 하천 경계로 가는 출입문은 굳게 닫혔다. 박물관의 예약제 답사 프로그램 때만 열리는데, 혹서기인 7~8월엔 운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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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울산 울주 ‘반구천의 암각화’ 가운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의 일부. 울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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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눈으로는 보기 어려운 탓에 전망대의 디지털카메라 3대와 망원경 2대 앞은 빌 틈이 없었다. 은근한 눈치싸움도 벌어졌다. 기다리다 못한 이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켜 확대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북쪽을 향해 있는 암각화는 해가 넘어가는 오후 3~4시께 가장 잘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용케 맞춘 시간도 잔뜩 낀 먹구름 앞에선 소용없었다. 정해영 문화관광해설사는 “평소 주말 관광객은 600여명 정도이고 여름철에는 발길이 많이 줄어드는데, (오늘은) 하루 1천명 넘게 온 것 같다”고 말했다.



    20여년 만에 암각화를 찾았다는 안병균(76·부산 동래구)·김정숙(74)씨 부부는 “세계유산 등재 소식을 듣고 그동안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해서 왔다. 전에는 암각화 아래쪽이 물에 잠겨 있었는데, 다 드러난 암각화는 처음 본다”면서도 “기분 탓인지 전보다 암각화가 더 연해진 것 같아 괜히 걱정된다”고 했다.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 물 높이가 53m를 넘으면 침수된다. 2014년 8월 한국수자원공사와 국가유산청이 손을 잡고 물 높이를 조절하고 있지만, 2023년까지 연평균 42일 동안 물에 잠겼다. 2023년 10월22일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물에 잠긴 이후 다행히 631일째(14일 기준) 자맥질은 일어나지 않았다. 암각화 훼손을 막기 위해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 3개를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올해 초 시작한 기본·실시설계 용역은 내년 4월 말께 마무리하고 인허가를 거쳐 내년 하반기에 첫 삽을 뜬다.



    암각화 보전으로 하루 4만9천톤의 생활용수를 포기하는 울산시는 하루 7만톤의 물을 운문댐에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 취수원 문제와 얽혀 환경부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의 의결만 기다리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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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 세계유산 ‘반구천의 암각화’ 일대를 지나는 시내버스는 단 1개 노선, 하루 3대뿐이다. 암각화박물관에 있는 안내문.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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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수단과 편의시설 등도 과제다. 반구천의 암각화 일대를 지나는 시내버스는 단 1개 노선(383번)으로 하루 3번밖에 다니지 않는다. 주차장은 턱없이 부족하고, 음수 시설과 그늘막은 하나도 없다.



    울산시는 19일부터 ‘반구천의 암각화’를 둘러볼 수 있도록 도시관광 프로그램을 개편한다. 내년 3월까지 자연유산 보존·관광자원 활용을 위한 종합 정비계획 용역도 진행한다. 울산연구원은 주변 지역과의 연계 방안을 연구 중이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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