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불법계엄을 선포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시민들이 서로 손을 잡고 저지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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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이 “비상소집 전에 술을 마신 상태라 당시 상황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국군방첩사령부 체포작전은 전혀 몰랐다. 상부에서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해서 그냥 대기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지시로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했다는 군 관계자 증언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은 “무슨 일인지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변명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4일 조지호 경찰청장 등에 대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5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정일현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강력7팀장(경감)과 이병하 전 영등포서 강력4팀장(경감)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모두 계엄 당시 국회 관할 경찰서인 영등포서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쯤 국회 정문 앞으로 출동하라는 지시를 받고 나갔다.
앞서 검찰은 박창균 전 영등포서 형사과장과 이현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계장과의 통화 녹음 파일을 통해 이 전 계장이 ‘방첩사 체포조’를 언급하면서 국회에 투입할 경찰 명단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녹음에는 박 전 과장이 “뭘 체포하는 거냐”고 묻자, 이 전 계장이 “국회 가면 누구 체포하겠냐”라고 하는 음성이 담겼다. 이후 박 전 과장은 이 전 계장의 지시에 따라 영등포서 형사1·2과 직원들이 모인 전체 온라인 단체대화방에 신속 출근을 지시하며 “팀과 무관하게 5명씩 모이면 국회 정문으로 나와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이 방첩사의 국회의원 체포 목적을 알고 경내에 투입할 경찰 명단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날 증인신문에 나온 경찰관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검찰이 “당시 국회로 출동하라고 지시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정 경감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부끄럽지만 그 전에 술을 조금 한(마신) 상태여서 계엄 상황인지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항상 비상 소집되는 것에 익숙하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집합하면 관심을 갖는데, 단순 경비 동원은 워낙 잦은 일이기 때문에 ‘또 무슨 일이 있나 보다’ 하고 가는 정도였다”며 “의식을 전혀 못 하고 있었고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출동 당시 이치수 전 영등포서 강력계장 등 상부로부터 방첩사 지원 지시를 받은 것이 맞고, 형사들 명단을 불러달라고 해서 부른 것도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별 생각이 없었다. 방첩사와 만나보면 알겠지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경감 역시 정 경감과 마찬가지로 국회 인근에 출동해 국회 수소충전소에서 1시간가량 대기했다. 그는 “이치수 계장에게서 ‘방첩사가 오면 얘기 듣고 지원해주면 된다’는 얘기를 들은 게 전부”라며 “구체적인 건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검찰이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국민적 관심사였고, 뉴스에서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것이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었는데도 임무가 무엇인지 몰랐느냐.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재차 물었지만, 이 경감은 “‘체포’라는 말을 들은 적도 없다” “대기하면서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지도 않았고, 직원들과 따로 얘기하지도 않아서 당시 상황을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국회 내부 안내’ 정도일 거로 생각하기는 했지만, 혼자 생각한 정도”라면서 “국회 내부 상황을 알 수가 없어서, 방첩사가 (체포 등) 무슨 일을 할 거란 예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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