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가족 얘기를 하다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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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이번 주말을 넘긴 뒤에도 ‘장관 후보자’ 직함을 유지하고 있을까. 월요일인 21일에도 강선우란 이름 뒤에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면, 그는 20년을 이어온 ‘현역의원 불패 신화’에 합류할 공산이 크다. 그게 아니라면 ‘첫 현역 국회의원 출신 장관 후보 낙마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8일 오전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 후보자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까지 계속 긴장한 상태에서 (청문회 경과를)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권자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모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다 끝날 때까지 주의 깊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오늘(17일)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내일쯤이나 종합보고를 드리게 돼 있다. 대통령이 지침을 주면 저희가 그 지침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있는 후보자들의 임명철회나 자진사퇴 여부가 주말 중에는 결론이 난다는 것이냐’는 질문엔 “네”라고 답했다.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현역 국회의원이 후보자직에서 낙마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이러한 의원 불패 신화의 배경에는 선출직 공직자로서 재산 관계나 친인척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국회의원의 직업적 특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 매년 재산신고를 하고, 수시로 언론과 경쟁자들로부터 검증을 받는 탓에 타 직업군에 견줘 ‘신상의 투명도’가 높다는 것이다.
같은 국회의원이라는 동료의식이 국회에서 검증의 잣대를 무디게 만들기도 한다. 당은 달라도 국회라는 공간에서 오랜 기간 함께 호흡해온 현역 국회의원에게는 청문위원들의 공격 강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치자금 등 의원들 다수가 자유롭지 않은 이슈는 야당 의원들도 집요하게 파고들기 어려운 분위기도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의 다수를 현역 국회의원에서 발탁한 것 역시 검증되지 않은 직업군에서 후보자를 충원해 청문회 리스크를 키우느니, ‘감동’이나 ‘신선도’는 덜해도 선거를 통해 어느 정도 검증을 거친 정치인을 기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강선우 의원의 ‘갑질 논란’은 재산이나 병역, 논문표절 등 일반적인 검증 과정에서 걸러지기 어려운 영역에서 불거졌다는 데 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일더라도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면 임명을 밀어붙일 수는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이 그런 경우다. 유 전 장관은 당시 현역 의원 신분이었임에도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첫 사례였다.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자녀 위장전입, 지역사무실 임대 문제 등으로 논란을 빚은 유 전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으나, 문 전 대통령은 “인사청문회에 성실히 임했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는 등 충분히 소명했다고 판단된다”며 임명을 강행했다.
대통령실은 애초 강 후보자의 ‘갑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회 소명 과정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청문회에서의 소명과 이후 대응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특히 청문회에서 ‘거짓 해명’ 논란까지 불거지며 ‘임명 불가론’이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도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 역대 회장단은 “보좌진의 인격을 무시한 갑질 행위는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 기본적 자세가 결여된 것”이라며 강 후보자를 향해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여성단체연합과 참여연대도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인사청문 결과를 있는 그대로 정리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은 국회의 책무”라며 “대통령이 국회의 청문보고서에 담긴 의견을 듣고 최종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국민의힘은 더 이상 국정의 발목을 잡지 말기 바란다”는 입장문을 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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