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로봇이 자기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감춰야 살아남는다. 그렇다고 감출 수 있는 게 아니다. 애플TV플러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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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플러스 바로 보기 | 10부작 | 19세 이상
로봇이 있다. 전투 능력이 빼어나 인간을 보호하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명칭은 ‘보안 로봇’. 하지만 회사 지시에 따라 치안 유지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 전투 모드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언제든 사람을 살상할 수 있다. 이들은 ‘머더봇’이라 불린다.
오래전 머더봇으로 활동하다 보안 로봇으로 쓰이고 있는 한 로봇(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이 어느 날 스스로에 대한 해킹에 성공한다. 프로그램 통제에 따르지 않고 인간처럼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 바로 폐기처분된다. 로봇은 비밀을 지키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는 회사 명에 따라 어느 혹성 탐사에 나선 일행의 안전을 돕게 된다.
①낯선 혹성에서 벌어진 일들
주인공 로봇은 원래 인격이라는 게 없다. 저 무표정한 얼굴로 업무를 수행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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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일행은 특이하다. 히피들이 공동체를 만든 행성에서 왔다. 상하관계가 불분명하고 모두가 자유분방하다. 지도자 역할을 하는 멘사(노마 드메즈웨니)가 일행들을 지휘하나 절대 권력을 휘두르지 않는다. 일행들의 의견을 반영해 의사결정을 한다. 로봇이 보기에는 오합지졸 같은 사람들이다.
멘사 일행이 찾은 행성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진다. 거대 괴물이 나타나 갑자기 생명을 위협하거나 거주지로 예약한 곳에서는 로봇이 공격을 해 온다. 일행의 안전을 담당한 로봇이 나서서 위험을 제거한다. 하지만 일행은 로봇을 조금씩 의심하게 된다. 여느 로봇과 달리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게 분명해져서다. 로봇은 자신을 계속 감추면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②드라마로 세상을 배운 로봇
로봇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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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일행을 돕는 로봇은 독특하다. 해킹으로 인간 같은 정체성을 확보했으나 아이 같은 존재다. 그는 드라마 마니아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모든 일은 드라마로 배웠다. 난처한 상황이 되거나 뭔가 창의적인 말이 필요할 때 드라마 대사를 인용한다.
탐사 일행과 로봇 사이에 의심과 신뢰가 오간다. 일행 중 누군가는 통제를 벗어난 로봇을 경계하고, 지도자 멘사 같은 이는 로봇의 인간적인 면모에 주목한다. 로봇은 둘 다 반갑지 않다. 자신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위기에서 일행을 도운 후에도 여전히 의심받는 상황에 환멸을 느끼나 쉬 떠나지 못한다.
③엉뚱한 로봇과 인간이 빚어내는 웃음
인간과 로봇의 공존은 가능한 걸까. '머더봇 다이어리'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유쾌하고도 정밀하게 그려낸다. 애플TV플러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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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이 가능한 로봇과 인간의 사연을 다룬 이 드라마는 서스펜스보다 웃음에 방점을 찍는다. 자아를 확보한 로봇의 엉뚱한 생각과 행동, 그런 로봇을 미워하거나 애정하는 사람들의 행태가 온기 스민 미소를 종종 만들어낸다.
먼 미래 인류는 우주로 진출하고, 인간 같은 로봇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인류의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고 해도 변하지 않은 게 있다. 탐욕이다. 기업이 지배하는 행성에서는 최고의 가치가 이익창출이다. 유머로 미래 디스토피아를 그려내는 이 드라마가 결국 말하고 싶어하는 건 로봇조차 실현하는 인간애다.
뷰+포인트
미국 작가 마사 웰스의 소설 시리즈 ‘머더봇 다이어리’의 첫 번째 이야기 ‘시스템 통제 불능’을 밑그림 삼아 만들어졌다. 화장실 유머가 가득한 코미디 영화 ‘아메리칸 파이’(1999)를 연출한 폴, 크리스 웨이츠 형제 감독이 제작을 주도한 드라마다. 성적 유머가 꽤 있으나 불쾌할 정도는 아니다. 자기정체성을 갖게 된 로봇이라는 꽤 심각한 소재가 이야기 줄기를 이루나 전개는 유쾌하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의 언행이 특히 큰 웃음과 작은 감동을 만들어낸다. 1회당 30분 내외 분량이라 부담이 적은 편이다.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 ***로튼토마토 지수: 평론가 96%, 시청자 81%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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