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가족 얘기를 하다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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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초선 국회의원이던 2021년 당시 문재인 정부 여가부 장관에게도 ‘갑질’을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강 후보자는 자신의 지역구에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인 ‘해바라기 센터’를 설치해달라고 여가부에 요구한 뒤, 어렵다는 답변을 받자 여가부 예산을 삭감해버렸다고 한다.
21일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이 전날 주변 지인들에게 공유한 글을 보면, 정 전 장관은 강 후보자 임명에 관해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 못 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갑질을 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며 당시 강 후보자의 ‘갑질’ 상황을 전했다. 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4번째 여가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정 전 장관은 글에서 “제가 여가부 장관이었을 때 있었던 일을 한가지만 말씀드리겠다”며 “당시 (강 후보자가) 본인의 지역구(서울 강서구 갑)에 해바라기 센터 설치를 하려고 제게 요청을 했는데, 산부인과 의사는 확보하기 어려워 해당 지역인 이대서울병원의 이대 총장에게 의논했다. 총장은 ‘막 개원한 병원 운영이 우선이니, 다음 기회에 꼭 협조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내용을 강선우 의원에게 전달하니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화를 내고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 일부를 삭감해버렸다”며 “결국 강선우 의원실에 가서 사과하고 한소리 듣고 예산을 살렸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정 전 장관은 강 후보자 임명 문제에 대해 “전체적인 당의 분위기도 뒷짐 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정말 걱정이 크다”면서 “저도 이런 안 좋은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민주정부 4기의 성공을 간절히 희망하는 저의 진의를 잘 살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1년 10월22일 당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 질의 내용을 보면, 강 후보자는 정 전 장관에게 “저희 지역구에 있는 대형 의료기관인 이대서울병원에 해바라기 센터를 설치하기 위해서 몇 차례 간담회 하면서 소통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대서울병원이 혜택이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지는 않았다”면서 “여성가족부는 해바라기 센터 운영에 대한 중장기적 개선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어떤 내용의 개선책을 마련했느냐. 저희 의원실에서 꾸준히 요구했었다”는 등의 질문을 계속 이어 갔다.
정 전 장관은 한겨레에 “이 글은 한참 (강 후보자) 인사청문 중에 썼던 것인데 전달이 잘 안 됐다. 어제 거의 인사가 확정된 듯해 친구들 단톡방에 전에 썼던 글을 공유했는데 그게 밖으로 나간 것 같다”고 밝혔다.
정영애 전 장관 글 전문
전 여가부 장관 정영애입니다..
강선우 의원과 관련하여 관련 보도가 심상치않아 제가 여가부 장관이었을 때 있었던 일을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시 본인의 지역구에 '해바라기센터 설치를 하려고 제게 요청을 했는데, 센터설치를 위해서는 산부인과 의사를 비롯하여 여러 전문가들을 확보해야 합니다.
다른 전문가들은 어떻게 해보겠으나 산부인과 의사는 확보하기 어려워 해당 지역인 이대서울병원의 이대 총장에게 의논하였습니다. 총장은 개원하며 산부인과 레지던트 t.o.를 한 명밖에 받지 못했는데 막 개원한 병원운영이 우선이니, 다음 기회에 꼭 협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내용을 강선우 의원에게 전달하니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화를 내고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 일부를 삭감해버렸습니다.
결국 강선우 의원실에 가서 사과하고 한소리 듣고 예산를 살렸던 기억이 납니다.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 못 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갑질을 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힙니다.
대통령께서 여가부에 역차별 해소방안을 물으시고 강선우 후보자는 역차별에 대해 잘 살펴보겠다고 하고, 전체적인 당의 분위기도 뒷짐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정말 걱정이 큽니다...
저도 이런 안 좋은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민주정부 4기의 성공을 간절히 희망하는 저의 진의를 잘 살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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