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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신고를 세차례 했으나 목숨을 잃은 ‘의정부 스토킹 살인’ 피해자가 경찰의 안전조치 대상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현행 스토킹 피해자 보호 정책의 한계가 다시 드러났다. 지난 한해 동안에도 지난해 11월 ‘구미 스토킹 살인’, 올해 5월 ‘동탄 스토킹·납치 살인’, 6월 ‘대구 스토킹 살인’까지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피해 초기에 ‘가해자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피해자 보호명령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의정부 스토킹 피해자는 안전조치 대상자로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지만 목숨을 잃었다. 여성계와 전문가는 이처럼 피해자 안전조치를 취해도 가해자를 적절히 감시하지 않으면 스토킹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을 수 없다며 종합적인 대책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실제 2023년 스토킹처벌법 개정으로 필요한 경우 유죄 판결 전에도 가해자에게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하는 등 감시를 강화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비극으로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의정부 사건에서 경찰이 검찰에 ‘잠정조치’(접근·연락 금지)를 신청했으나 “스토킹 행위가 지속·반복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착용하게 하는 잠정조치가 됐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8일 한겨레에 “수사기관에서 가해자 위험성 평가에 실패했다”며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의 경찰 신고로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등 제재 조치가 됐는데 가해자가 이를 위반했을 경우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크게 봐야 하는 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보호 조치와 함께 가해자를 감시·관리할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0대 여성이 숨진 대구 사건에서도 가해자가 초범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전자발찌 부착 신청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7월 경찰이 신청한 잠정조치 가운데 전자발찌 부착까지 포함한 경우는 전체 건수의 2.7%인 182건에 불과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수사기관이 스토킹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탓에, 가해자가 전과 없는 초범이라거나 흉기를 사용했는지 여부 등에만 국한해 위험을 평가하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정부는 지난 4월 ‘제2차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2025~2029)에 스토킹 피해자, 대리인이 경찰이나 검찰을 경유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명령제도’ 도입을 추진 과제로 포함시켰다. 피해자 보호에 공백을 없애기 위한 제도로 수사기관이 잠정조치를 기각한 의정부 사건 같은 비극을 막을 장치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호명령제도는 수사기관이 소극적인 경우에 피해자 의사가 적극 반영되는 장점이 있다”며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법원이 스토킹 재범 위험성 판단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경찰과 국가건강서비스(NHS) 등이 협업해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스토킹 초기 위협 평가에 관여하는 ‘고착 위협 평가 센터’(FTAC), ‘조기 인식 스토킹 개입’(EASI) 등을 운영 중이다. 장 연구위원은 “영국에서는 전문가들이 가해자 추가 정보를 수집하고, 지역 경찰관과 정신과 서비스와 연계해 위험을 통제한다”며 “보호 조치 추가에 더해 전문성 강화를 위한 인력·예산 투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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