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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에바 페론은 아르헨티나 권력 정점에서 화려하고도 바쁜 삶을 사나 33세에 요절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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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바로 보기 | 7부작 | 15세 이상
유명 뮤지컬 ‘에비타’의 주인공이다. 아르헨티나 현대사를 언급할 때 종종 소환되는 인물이다. 에바 페론(1919~1952)은 논쟁적인 인물이나 아르헨티나 일부 국민으로부터 여전히 추앙받고 있다. 그는 죽은 뒤 수십 년 동안 묻히지 못했다.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드라마 ‘산타 에비타’는 시체로 세상을 떠돌아야 했던 에바의 섬뜩한 이야기를 전한다.
①죽어서도 죽지 못한 인물
에바의 시신은 방부처리되어 보존된다. 새로 집권한 군사정부는 죽어서도 국민들 숭배를 받는 에바가 두렵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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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나탈랴 오레이로)의 남편은 아르헨티나 대통령 후안 페론(1895~1974)이었다. 에바는 남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병마가 급작스레 찾아오면서 33년 짧은 생애를 마쳐야 했다. 그는 죽어서 방부 처리됐다. 후안의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생전 모습대로 보고 싶기도 했으나 에바의 시신을 권력 유지에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후안은 1955년 군사쿠데타로 실각했다. 스페인으로 망명을 가나 ‘아내’와 함께하지 못 했다. 권력을 잡은 군부는 에바의 시신 처리에 골머리를 앓았다. 에바의 시신을 보호하기 위해 복제품이 3구 더 있기까지 하니 군부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었다.
②죽은 자를 두려워했던 그들
에바는 삶의 끝자락에서도 아르헨티나 국민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는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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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의 시신은 한동안 행방을 알 수 없었다. 1971년 아르헨티나 한 언론사에 제보가 들어온다. 정부가 후안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시신을 돌려주기로 했다고. 기자 마리아노(디에고 벨라스케즈)가 취재에 나선다. 마리아노는 시신의 행방을 쫓으며 에바의 신산했던 삶과 아르헨티나의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에바는 어렸을 적 아버지의 버림을 받았다. 배우로 성공하고 싶은 욕망은 강했으나 현실은 암울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배우가 됐고, 후안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영부인이 된 후 그는 빈민구제 정책으로 국민의 큰 사랑을 받았으나 정적을 만들기도 했다. 남편마저 그의 활약을 경계할 정도였다. 군사정부가 에바의 시신을 두려워했던 이유다.
③기이한 사연으로 본 아르헨티나 역사
에바 페론 비서였던 모리 중령은 새 군사정부가 들어선 후 에바의 시신을 처리하는 비밀작전을 지휘하게 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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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1971년과 과거를 병치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미천했던 에바가 후안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 자신의 과거를 감추기 위해 필름 소각을 지시하기도 했던 음습한 비밀, 에바가 암 진단을 받은 후 권력에 집착하는 모습 등이 펼쳐진다. 한편으로는 에바의 시신을 없애려 한 군사정부의 비밀작전, 에바를 동경하면서도 미워했던 군인 모리(에르네스토 알테리우)의 미치광이 행태가 겹친다.
에바는 빈민을 만나면 필요한 것을 물었고, 자신을 찾아오면 바로 해결해준다고 약속했다. 전형적인 인기 영합 정치였다. 어떤 이들은 에바를 성녀로 봤고, 어떤 이들은 에바를 악녀로 여겼다. 군인 모리는 에바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민의 이중적인 태도를 상징한다.
뷰+포인트
숨진 유명인을 방부처리하고 시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 역사가 끔찍하다. 권력의 추악한 본능을 드러내는 이야기다. 드라마는 에바 페론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분명히 드러내는 건 있다. 에바가 어려서부터 죽을 때까지(심지어 죽어서까지) 여성으로서 홀로 세상의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야 했다는 거다. ‘마술적 사실주의’를 응용한 장면이 더러 있어 조금은 갸우뚱하며 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 언론인 출신 작가 토마스 엘로이 마르티네즈가 쓴 동명 소설(1995)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에바는 1974년에야 가족묘에 안장됐다. ***로튼토마토 지수: 평론가 100%, 시청자 87%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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