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삼부루의 라레소로 임시 진료소에 서있는 영국군의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음.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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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법원이 케냐 주둔 영국군과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친부의 신원을 알려 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3일 더타임스, 메트로 등에 따르면, 영국 고등법원은 친부일 것으로 추정되는 영국군 11명의 이름과 주소 등을 자녀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노동연금국(DWP)과 조세관세청(HMRC)은 해당 남성들의 최신 연락처 등을 공개해야 한다.
매체는 이를 두고 “케냐에 주둔하는 동안 아이를 낳았다가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영국군에 대한 정보가 해당 어린이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라며 “법원은 전례 없는 판결을 내렸다”고 했다.
이 판결은 케냐인 11명이 아버지의 신원을 알고 싶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소송에 참여한 11명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는 1990년대생, 가장 어린 아이는 아직 유아라고 매체는 전했다. 이들은 모두 케냐 내 영국군 기지 근처에서 태어났다. 이번 소송에서 아이들의 변호를 맡은 롭 조지 KC 변호사는 이들의 DNA 분석 결과 아버지는 케냐인이 아니며 영국군이거나 기지에서 일하는 민간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의 모친들은 합의 하에 관계를 맺었으나, 영국군이 아이를 버리고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홀로 아이들을 키웠다고 한다. 일부는 친부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어떠한 답도 듣지 못했다.
아이들은 친부를 법적 부모로 지정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추가로 취할 예정이다. 만약 승인될 경우, 아이들은 영국 시민권과 상속권, 양육비 지급권을 보장받게 된다.
더타임스는 “초기 판결은 11명의 자녀에 대한 사건만 다루고 있지만, 변호사들은 케냐에 주둔한 영국 군인의 아이를 낳은 아이들이 수백 명 더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라며 “어떤 이들은 자신에게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번 소송의 또 다른 변호사인 제임스 네토는 “이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라며 “영국군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권력 불균형과, 해외에서 어떤 행동을 저질러도 귀국하면 아무 처벌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너무 오랫동안 뻔뻔스럽게 처벌받지 않고 행동해 왔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아이를 낳고도 그냥 버려뒀다.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케냐 시골의 빈곤한 지역에 극도로 어려운 환경에 내버려 두는 것”이라며 “국방부가 잘 알고 있듯이, 이런 일은 여러 세대에 걸쳐 반복되어 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대변인은 “영국군에 대한 친자 확인 소송은 사생활 문제이지만, 정부는 친자 확인 소송이 제기될 경우 지역 양육비 지원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라며 “이 특정 사건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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