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상식(오른쪽) 전남대 명예교수가 2017년 전남대에 발전기금을 기탁하고 있다. 전남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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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신군부를 비판하는 시국선언문을 작성했다가 구속됐던 이상식 전남대 명예교수가 지난 5일 오후 6시56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
1937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난 이 교수는 서울대 역사과를 졸업하고 전남대 대학원, 충남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광주 전남여고, 중앙여고 교사를 거쳐 1977년부터 전남대 사학과 강단에 섰다.
고인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찼던 서울의 봄 시기인 1980년 5월12일 전남대 전체 교수회의에서 민주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방향을 제시할 것을 주장했고 다음날 교수협의회 명의의 시국선언문을 작성, 배포했다. ‘우리는 구체제의 독선과 질곡 속에서 양심의 표현을 다 하지 못했고 사회정의 구현에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못했음을 깊이 반성한다’로 시작한 시국선언문은 비상계엄 해제, 학원 민주화, 언론 자유, 민주시민의 사면·복권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교수는 포고령 위반 등의 혐의로 같은 해 7월11일 505보안대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10월30일 전교사계엄보통군법회의(1심)에서 징역 1년, 1980년 12월29일 육군계엄고등군법회의(2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던 이 교수는 형이 확정되자 해직됐다.
1984년 복직된 뒤 2003년 정년 때까지 전남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전남대 평의원회의장, 전남사학회 회장, 인문대학장을 역임했다. 2001년에는 5·18 기억을 기록한 ‘역사의 증언’(전남대 출판부)을 펴냈다.
고 이상식 전남대 명예교수. |
고인은 동학농민혁명 연구에도 발자취를 남겼다. ‘전남동학농민혁명사’를 집필했고 동학을 주제로 한 논문 10여편을 남겼다. 광주·전남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대표를 맡아 1995년 장성 황룡전적지에 승전기념탑 건립을 주도했고 1998년 6월 황룡전적지가 국가사적(제406호)으로 등재되는 데 기여했다.
이 교수는 2003년 정년퇴임 때 전남대 발전기금으로 5000만원을 기부했던 이 교수는 2017년에도 전북 고창군이 녹두대상을 수여하자 상금 1000만원을 전남대에 기부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숙자씨와 아들 웅희·장희씨, 딸 보라씨, 며느리 김정현·배정이씨 등이 있다. 빈소는 광주 빛장례식장, 발인은 7일 오전 10시다. 062-452-4000.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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