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부터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기 시작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사진은 10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임진강변의 북한군 초소와 대남확성기. 파주/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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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우리 군이 지난 4∼5일 대북 확성기를 모두 철거한 데 대한 ‘제한적’ 호응 조치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9일 “북한군이 오늘 오전부터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는 활동이 식별됐다”고 밝혔다. 합참은 “전 지역에서 철거하고 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우리 군은 북한군의 관련 활동을 지속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런 조치는 최근 우리 군이 대북 심리전을 위해 전방에 설치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한 것에 대한 호응으로 해석된다. 우리 군은 지난 4일 고정식 대북 확성기 철거를 시작해 하루 만에 20여개를 모두 철거했다.
북한은 2023년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모든 소통을 단절했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뒤 한국의 선제적 대북 유화 조치에 일부 반응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우리 군이 지난 6월11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지 8시간 만에 북한도 대남 소음방송을 껐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도 남북 간 긴장을 일정 수준 완화하고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의 조치에 제한적으로 호응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한-미군사훈련 일정을 발표했음에도 북한이 긴장 고조가 아닌 대북 확성기 철거로 맞대응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기엔 한-미가 이달 ‘을지자유의방패(UFS)’ 연습 기간에 진행하려던 20여건의 야외기동훈련을 9월로 연기한 것이 북한의 긍정적 움직임을 끌어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곧바로 남북 간 대화 채널 복구로 이어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구조한 북한 어선에 타고 있던 주민 송환을 위해 유엔사 연락 채널로 소통을 시도했으나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8일 담화에서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남북 간에 긴장 완화 동력은 조금씩 축적되기 시작했지만,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바꿔 남쪽의 대화 제안에 응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며 “북한은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남한의 진보 정부든 보수 정부든 북한과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결국 북-미 관계가 진전이 되어야 남북관계도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러 협력, 북-미 대화 등이 남북 관계와 굳게 맞물려 있는 것이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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