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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42년 비전향 세계 최장기수 “북으로 보내 달라”…공식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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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 비전향 세계 최장기수’ 안학섭(95)씨. 42년4개월을 감옥에 갇혀 있었으나 끝내 ‘전향’하지 않았다. 양심수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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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단의 고통을 온몸으로 견뎌낸 노인들의 마지막 꿈이 남과 북을 다시 잇는 오작교가 될 수 있을까?



    최근 생존 비전향장기수 6명이 자신들을 북쪽으로 보내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한 사실이 18일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북송을 바라는 이는 양원진(96)·안학섭(95)·박수분(박순자·94)·김영식(91)·양희철(91)·이광근(80)씨다. 2000년 9월 비전향장기수 63명의 북송 이후 ‘2차 송환 운동’을 벌여온 47명 가운데 지금 살아 있는 6명 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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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자(호적 이름 박수분, 94)씨.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빨치산’ 출신으로 1954~1965년, 12년간 옥에 갇혀 있었다. 양심수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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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세간의 관심에서 비켜나 있던 비전향장기수 북송 문제가 현안으로 다시 떠오른 건 ‘생존 비전향 세계 최장기수’로 불리는 안학섭씨가 “동지들 곁에 함께 묻히고 싶다”며 북으로 보내달라고 정부에 공개 요구하면서다.



    ‘안학섭 선생 송환 추진단’(공동단장 이적·한명희)은 지난 7월1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즉각적·실질적 송환 협의 착수’와 ‘제3국이 아닌 판문점을 통한 송환 추진’ 등 3개 항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후 통일부는 폐부종과 심근경색 등으로 생사를 오가는 안학섭씨를 여러차례 만나 건강 상태와 송환 관련 구체적 요구 사항 등을 파악했다.



    안씨는 “미군이 한반도를 떠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며 2000년 9월 1차 북송을 거부하고 2001년 시작된 ‘2차 송환 운동’에도 함께하지 않았으나, 최근 건강이 빠르게 나빠지자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안씨는 오는 20일 오전 10시 임진각에서 출발하겠다며 판문점을 통한 북송 지원을 통일부에 요청했다. 안씨는 42년4개월을 감옥에 갇혀 있었으나 끝내 전향을 거부하고 1995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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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원진(96)씨. ‘남파 공작원’ 출신으로 1960~1988년, 29년6개월간 옥에 갇혀 있었다. 양심수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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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씨를 제외한 5명은 여러 이유로 2000년 9월 1차 북송 대상에서 빠진 이들이다. 고문 탓에 전향서를 쓴 이들도 있으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4년 ‘강압과 고문에 의한 강제전향은 전향이 아니다’라며 이들의 비전향장기수 자격을 인정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론 이들의 북송 요구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 내부 사정에 밝은 여러 관계자들은 “정부가 아니라 북쪽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북쪽이 어떤 방법으로든 이들 6명을 받아들이겠다는 신호를 보내온다면, 정부가 북송에 반대하지는 않을 분위기다. 북한 당국이 호응하면 비전향장기수 북송 문제가 남북 직통연락선 복원과 당국 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여러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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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희철(91)씨. 대학 재학 중 ‘간첩단 사건’으로 붙잡혀 1963~1999년, 36년간 옥에 갇혀 있었다. 양심수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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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북한 당국의 외면에 가까운 침묵이다. 지난 7월 이후 안씨의 북송 희망 관련 보도가 국내 언론에 이어지고 있지만, 북쪽은 무반응이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주요 매체는 이들 비전향장기수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보도도 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가 “북쪽의 관련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말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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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식(91)씨. ‘남파 공작원’ 출신으로 1962~1988년, 27년간 옥에 갇혀 있었다. 양심수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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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단 고통의 산증인인 비전향장기수 북송은 전례가 있다. 김영삼 정부 첫해인 1993년 3월 ‘인민군 종군기자’ 출신 이인모씨가 판문점을 거쳐 북으로 갔다. 첫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9월엔 김석형·김선명 등 63명의 비전향장기수가 북으로 갔다. 두차례 모두 정부는 헌법 규정 등을 고려해 이들을 ‘송환’이 아닌 ‘가족 만남을 위한 무기한 방북’ 형식으로 북으로 보냈다. 남북 특사 상호 방문 직후인 2005년 10월엔 비전향장기수 정순택씨 유해가 판문점을 거쳐 북쪽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정씨 유해의 북송을 주도한 당시 통일부 장관이 정동영 현 통일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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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근(80)씨. 평양 대동강구역에서 태어난 ‘남파 공작원’ 출신으로 1967~1988년, 21년간 옥에 갇혀 있었다. 양심수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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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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