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최초의 미국 연방상원의원인 앤디 김이 2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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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첫 한국계 연방상원의원인 앤디 김(민주당·뉴저지)은 “주한미군 주둔 인원 관련 논의는 반드시 한-미 파트너십의 기반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주한미군 감축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대해, 김 상원의원은 20일 오후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주한미군 관련 중요한 결정이 한국을 놀라게 해서는 안되며 진정한 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확장억제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확고하며,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도전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한반도에 확장억제를 충분히 제공하기 위한 미국의 의지는 반드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와 의회의 양당 의원들 모두 한반도의 미군 주둔 유지에 매우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해 주요한 변화가 있을 경우 의회가 반드시 감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상원의원은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과 미 의회를 대표해 한미 조선업 협력을 진전시키기 위해 방한했다. 18일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났고, 19일에는 한화오션·에이치디(HD)현대·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 3사를 비롯해 외교부·국방부·산업부·방위사업청 관계자와 간담회를 하면서 ‘마스가’(MASGA)로 불리는 한미 조선업 협력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김 상원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조선업은 미국과 한국이 대표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한국은 조선 분야 초강국이며, 자신감을 갖고 미국과의 협력에 나서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분야에서 미국의 역량이 느리지만, 한국과의 협력으로 그 발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저 자신 그리고 의회의 초당적 지지도 확고하며 법안과 자원 등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이 투자만 요구하고 ‘존스법’(미국 내 항구간 운영은 미국 제조 선박만 가능) 같은 규제 완화에는 소극적이라고 우려한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우선은 현행 법률 내에서 협력이 가능한 일들을 파악하고 있다”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본 뒤 필요하다면 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미 의회 내에서 한미 조선업 협력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매우 강해, 실질적으로 양국에 필요한 개혁이라면 시의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조선업 협력과 관련해 한미 양국 의회의 협력이나 미국, 한국, 일본 간 의회 협력까지 제안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그는 한국에 이어 일본도 방문할 예정이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가 한미 조선업 협력에 대해 ‘미국이 조선업 재활성화에 집중하면서 점점 한국과 일본을 자국 방위산업에 통합시키고 싶어 한다’고 경계한 데 대해, 김 상원의원은 “오히려 (중국의) 이런 반응은 한미 관계 강화의 필요성을 더 강조한다”며 “중국과도 다양한 이슈로 대화는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안보와 경제를 위한 행동에 대해 중국의 허락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중국 견제 역할을 강화하는 ‘한미 동맹현대화’에 한국이 동의할 것을 요구하는 데 대해, 그는 “한미동맹은 70여년 전 시작되었고, 현재 직면한 도전과 위협 양상은 과거와 다르다”며 “동맹의 역할에 대해서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양한 도전을 감안해 자원을 유연하게 활용하되 한반도에서의 확장 억제를 결코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만났을 때 “지금처럼 변화하는 시기에 한국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기 전에 일본에 들르기로 한 결정이 탁월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한미 관계를 중시하고 있고, 한미 경제 파트너십 심화와 미·한·일 3자 협력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재확인했다”며 “이 대통령께서는 도전적인 시기에 한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각오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앤디 김은 1982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다. 시카고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근무했다. 2018년 뉴저지주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됐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1년 1월6일 의사당에 난입해 난장판이 된 의회에서 새벽까지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지난해 11월 한국계 최초의 미국 연방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42세인 그는 미국의 가장 젊은 연방 상원의원 중 한명이다.
앤디 김 상원의원은 이날 한국 기자들에게 “부모님은 한국전쟁 와중에 태어나 약 50년 전에 미국으로 이주했다”며 “미국 역사상 최초의 한국계 상원의원으로서 이번에 처음으로 방한한 것은 저에게도 매우 뜻깊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한을 통해 제가 한미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 태어난 곳과 혈통이 이어진 곳 사이의 관계를 상징하는 인물로 한국인들에게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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