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지휘과 전투원들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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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쿠르스크 해방작전”에 참전한 조선인민군 부대원들을 “조국의 위대한 명예의 대표자들”이라 추어올리고, “온나라가 떠받들도록 하기 위해서” 평양 당중앙위 본부청사에서 국가표창수여식을 연다고 밝혔다고 22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국가표창수여식이 언제 열렸는지는 밝히지 않은 채, ”해외군사작전에서 특출한 공훈을 세운 지휘관, 전투원들과 렬사들의 유가족들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국가표창수여식을 “조국의 위대한 명예의 대표자, 장한 아들들에게 드리는 가장 값높은 영광”이라 표현했다. 앞서 김 총비서가 21일 국가표창수여식에 참가할 주요 지휘관들을 당중앙위 본부청사에서 만났다는 노동신문 보도에 비춰 같은 날 국가표창수여식이 열렸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행사 연설에서 “희생된 군인들의 유가족들 앞에 서고보니 너무도 푸르게 젊은 생들을 지켜주지 못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들의 영생을 기원하며 묵상할 것을 제의한다”라고 말했다.
김 총비서는 “30대, 40대의 군관들이 시신도 남길 수 없는 자폭의 길을 서슴없이 택하고 자기 지휘관에게로 날아오는 흉탄을 기꺼이 막아나선 사실은 나에게 강한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인민군 부대가 때로는 ‘자폭 작전’도 벌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 총비서는 “내가 제일로 중시하고 만족스럽게 평가하는 것은 전쟁에 만반으로 준비된 우리 군대의 실상이 뚜렷이 확인된 것”이라며 “어느 나라 군대든 우리 군대와 맞붙으면 무주고혼의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 정설로 됐다”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는 “전쟁에 확실하게 대비하고 승리를 담보하는 데서 관건은 적의 전쟁의지를 꺾는 것”이라며 “동무들은 조국 땅 우(위)에 수호의 장벽을 높이 쌓아올렸다”고 평가했다.
김 총비서는 ‘당중앙회관’에 참전 인민군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의 벽’이 세워진 사실을 상기하며, 평양에 “위대한 참전자들의 공훈을 길이 전해갈 전투위훈기념관과 전투위훈기념비가 건립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곤 “어머니조국은 해외작전부대의 모든 장병들에게 가장 높고 빛나는 영예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열린 러-우전쟁 참전 인민군 ‘국가표창수여식’에 참석한 전몰 인민군 유가족들이 ‘당중앙회관’에 세워진 ‘추모의 벽’ 앞에서 자기 아들의 영정을 쓰다듬으며 오열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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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비서는 “지금 이 시각도 이역만리 영예로운 전투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해외작전부대 장병들”이라는 표현으로, 지금도 러-우 전쟁에 인민군이 참여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매우 심각하고 예측불가능한 안보위기”와 “적수국들의 위험한 기도”를 이유로 “공화국무력의 최정예화, 최강군화, 전쟁준비완성에서 틀어쥐고나가야 할 중대과업들”을 밝혔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1948년 9월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이래 지금껏 북한 당국이 인민군의 국외 참전 사실을 바로 공개하고 그와 관련해 표창수여식을 진행한 것 모두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은 1966~1969년 베트남전쟁에서 공군을 보내 북베트남을 지원했으나 당시엔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이날 지면을 평소 6개면보다 2개면 많은 8개면을 발행했는데, 앞쪽 5개면을 국가표창수여식 관련 기사로 채웠다.
노동신문은 김 총비서가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참전 지휘관·전투원을 위한 ‘축하공연’을 관람했으며, 참전 지휘관·전투원과 “열사들의 유가족들”을 위한 연회가 평양 목란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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