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27일 우원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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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다음 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는 가운데, 두 사람의 과거 만남이 다시 회자된다.
우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때인 2018년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 김 위원장과 만난 적이 있다. 우 의장은 당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시원하게 한잔했다”며 서로 마주한 사진을 올렸다.
우 의장은 김 위원장에게 “저의 아버지 고향은 황해도고, 그곳에 저의 누님 두 분이 계신다. 저의 어머니는 102세인데 누님들을 보고자 기다리고 계신다. 저의 아내도 함경도 단천이다. 남쪽에도 이산 가족의 아픔이 크고, 너무나 연로하셔서 빨리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위원장은 “그 아픔을 달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고 우 의장은 전했다. 우 의장은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기도 했다.
실향민 가족인 우 의장은 북한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9남매 가운데 막내인 그는 누나 2명을 북한에 둔 이산가족이다. 우 의장의 부친은 황해도가 고향인데, 한국전쟁 당시엔 서울에 살았다. 집안 사정상 11살, 8살이던 누나 둘은 황해도의 할아버지 집으로 보내졌고, 그렇게 헤어지게 됐다고 한다. 2010년 우 의장과 모친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60년 만에 큰누나와 재회했으나 작은누나는 만나지 못했다. 당시 우 의장의 모친은 95살에 최고령 이산가족으로 참석했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 뒤인 2018년 9월 추석, 우 의장은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통해 보내온 송이버섯 선물을 받았다며 “오래 사시는 어머니도, 고아처럼 고생에 고생을 다 한 북에 있는 두 누님께 고개 숙여 인사드린다”고 말했다. 2020년 9월 모친이 세상을 떠났을 때 우 의장은 “긴 역사 속에 독립운동가의 딸로, 이산가족의 어머니로, 아들의 민주화운동으로 고통받았던 어머니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분”이라고 어머니를 회고하며 “마지막까지 만나지 못한 황해도 재령에 살고있는 둘째 딸 덕혜누님을 만나지 못한 것을 늘 미안해하셨다”고 밝혔다.
2018년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진행된 환영 만찬 행사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우원식 국회의장. 우 의장 페이스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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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중국은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이 어려워지자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우 의장을 초청했다. 우 의장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이뤄진다면 이재명 정부 들어 남북 최고위급 인사가 접촉하는 첫 사례가 된다. 그러나 2023년 말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포한 김 위원장이 우 의장과의 접촉을 피할 가능성도 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우 의장과 김 위원장은 (이전) 남북 정상회담 때 술 한잔도 했던 사이라 서로 모르는 척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회담이나 스탠딩 형식(의 만남)은 불가능하겠지만 리셉션 같은 데서 수인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우 의장의 중국 일정에 동행할 예정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 의장과 김 위원장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만날 수 있다는 추측도 하지만, 김 위원장의 동선은 예측불허이니 조우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만약 리셉션 등 행사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모른다”며 “윤석열 3년 만에 남북관계도 파탄 났다”고 덧붙였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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