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외교’에 中 견제 첨병 상실 위기
항소심도 ‘불법’… “협상 지렛대” 호소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가운데) 인도 총리가 1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린 중국 톈진 메이장 컨벤션전시센터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톈진=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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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상 중국 억제의 첨병 역할을 맡아 온 인도가 흔들리고 있다. 적과 동맹·우방을 구분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회의를 느낀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외교’가 핵심 안보 파트너를 잃는 자승자박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러시아 못 당기고 인도 밀어낸 외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일(현지시간) 중국 톈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친구처럼 서로 손을 잡고 웃으며 담소를 나눴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다자 안보·경제 협의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다. 러시아 석유 수입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있는 모디 총리는 이 회의에서 오히려 푸틴 대통령과 에너지 협력을 약속하기까지 했다.
인도는 SCO 회원국이지만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쿼드(Quad)의 일원이기도 하다. 중국·러시아에 노골적인 친근감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이에 모디 총리의 이번 행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항의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가별 관세 25%에 러시아산 석유 구입에 따른 징벌성 관세 25%까지 추가되는 바람에 지난달 27일부터 인도산 대미 수출품에는 50%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관세율을 30%로 묶어 놓고 미국과 협상 중인 중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실패에 가깝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러시아, 인도 정상이 협력을 약속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결속의 과시”라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적국 구분 없는 관세 부과로) 초래한 지정학적 혼란이 중국과 러시아에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국가들을 규합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인도를 포함한 SCO 10개국 정상이 모두 서명한 ‘톈진 선언’에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과 원칙을 위반하는 경제적 조치 등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조치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돌아올 운명? 안 굽히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월 13일 미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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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미국 내에서도 위기다. 연방항소법원이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근거로 사용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주지는 않았다고 판결하면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당일 법원에 낸 진술서를 통해 “법원이 상호관세 발효를 중단할 경우 한국과 일본 등 미국과 이미 무역 협상을 타결한 국가들이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며 행정부가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때까지 판결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강경하다.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글에서 대(對)인도 무역에 대해 “완전히 일방적인 재앙이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로 통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은 전날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인도는 크렘린(러시아 대통령실)의 우크라이나 살상을 위한 자금 세탁소”라며 “왜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모디)가 푸틴, 시진핑과 손을 잡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와 중국·러시아 간 밀착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인도가 중국과 국경 분쟁을 겪고 있으며 러시아는 인도가 서방과 맺고 있는 경제 관계를 대체할 만한 능력이 없다는 게 이유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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