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리는 제33회 폴란드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2025)에서 운영 중인 ‘통합한국관’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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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도종환 ‘담쟁이’ 일부).
지난 3일(현지시각)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2025)에 참가한 윤성현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방산진흥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전시관을 둘러보면 국내에서는 케이(K) 방산 열기가 뜨겁지만 아직도 국제 시장에서는 더 노력해야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특히 이번에 보면 유럽, 미국 방산 업체들의 영향력이 또 한번 느껴지게 된다”며 “이제 이 벽을 넘어가야 진정한 케이 방산이 세계에서 우뚝 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의 말을 듣고 살펴본 록히드 마틴, 보잉 등 미국 방산기업들의 부스의 분위기는 국제 방산시장의 절대 강자답게 여유가 넘쳤다. 이들은 전시 공간에 전시물을 최소화하고 빈 공간을 넓게 뒀다. 개별 상품보다는 혁신적인 회사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한국 방송사 카메라 기자가 한 미국 방산기업의 공개 부스 전경을 스케치하는 것도 사전 허가 없이는 안 된다고 막을 만큼 이들은 정제된 회사 이미지 관리에 공을 들였다. 이와 달리 국내 업체들은 부스마다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각종 전시물을 빼곡하게 채웠다.
아직은 상품 마케팅이 급한 한국 업체 입장에서는 우아하게 이미지 관리에 치중하는 미국, 유럽의 거대 방산기업들이 “어쩔 수 없는 벽”으로 다가올 수 있다. 케이 방산이 이 거대한 벽을 넘기위해서는 담쟁이의 구절처럼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
지난 3일(현지시각)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2025)에 참가한 윤성현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방산진흥본부장이 ”방산 대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이 힘을 합쳐 글로벌 밸류체인에 들어갈 때 케이 방산이 완성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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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함께 이번 전시회에서 ‘통합한국관’을 운영하고, 국내 방산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것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손을 잡아야 이 벽을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산 대기업들뿐만 아니라 좋은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밸류체인에 들어갈 때 케이 방산이 완성될 수 있다는 취지다.
통합한국관에는 국내 10개 중소 방산기업이 참가하여 전파교란기, 안티드론시스템 등 현지 수요가 높은 첨단 장비를 비롯한 방호, 전자전, 감시·정찰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었다. 경창산업, 디앤비, 비스타컴, 신안정보통신, 아리온통신, 엑스빔테크, 우성씨텍, 컨트로맥스, 콕스, 태경전자 등 10개사가 통합한국관에 자리를 잡았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통합한국관을 통해 한국 기업과 외국 바이어와의 네트워킹 활동을 돕고, 기업의 국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통합한국관을 개별 한국 기업 전시관 구역 중앙에 배치해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 전시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기존 국외 방산 전시회에서 전시관 분산으로 홍보 효과가 반감된 측면을 개선해, 통합한국관을 중심으로 우리 방산기업 전반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중소기업들은 해외 정보,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는 데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 방산 대기업들이 수출 대상국에서 현지 생산, 기술 이전을 할 때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한 방산 대기업 관계자도 “유지·보수·정비(MRO), 종합군수지원(IPS) 등 방산 솔루션 서비스까지 수출 영역을 확대할 때 관련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케이 방산 자체가 더 진화해야 될 여지가 많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보잉 등 이름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이 기업들을 넘어가야 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3번째로 규모가 큰 방산전시회인 ‘엠에스피오(MSPO) 2025’가 폴란드 키엘체에서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31개국 400여개 방산업체들이 참가했고, 한국 방산업체는 27개사가 참가해, 폴란드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케이 방산의 유럽 확장을 다각도로 모색했다.
특히 지난 6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5%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해서, 한국 방산업체들은 유럽 시장 맞춤형 진출 전략 등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카이(KAI), 에스엔티(SNT)다이내믹스, 에스엔티(SNT)모티브, 풍산,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 9개 방산업체는 단독부스를 마련했다.
키엘체(폴란드)=국방부 공동취재단,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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