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 해군 정예 특수부대가 2019년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신을 도청하는 장치를 설치하려 북한에 침투했었다는 폭로성 보도를 내놨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고 진행된 이 극비 작전에서 미 특수부대원들은 북한 해안에 도착했을 때 북한 어선과 맞닥뜨렸고, 작전이 발각될 우려 탓에 북한 어민을 사살한 뒤 황급히 철수하면서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게 보도의 골자다.
이에 대해 미국 국방부는 NYT 보도의 진위를 묻는 연합뉴스 질의에 “노코멘트”(할 말 없다)라고 답했다.
미 당국이 아예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지 않은 데다 특수부대 명칭이 적시됐고, 당시 작전 진행 상황이 상세하게 기술되는 등 보도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이 보도는 사실일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미 특수부대의 작전이 실행된 ‘2019년 초’는 미국과 북한이 한창 비핵화 협상을 벌이던 때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처음 만났으며 이듬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번째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같은 해 6월 판문점에서 문재인 당시 한국 대통령과 함께 김 위원장을 3번째로 만났지만 북한 비핵화 협상은 더이상 진행되지 않았고 대화는 이후 단절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 이후 꾸준히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했고, 다시 북미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내왔다.
그는 지난달 25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김 위원장을 만나달라는 이 대통령의 요청에 “그것(만남)을 추진하겠다”면서 가능하면 올해 만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NYT의 이번 폭로성 보도로 북미 정상이 재회하는 데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당시 미 특수부대의 작전을 김 위원장이나 북한 당국이 파악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갈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전이 북미 간 대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자신에 대한 도청 장치 설치를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데다 민간인이 살해당한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에 김 위원장으로선 미국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김 위원장이 이 사실을 보고받고 인지하고 있었다면, 이번 NYT의 보도가 북미 대화 및 정상회담을 새롭게 추진하는 데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지닌 가운데서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추가로 2차례나 만남을 가졌다는 점에서다.
미 특수부대의 작전 실패 및 철수 직후 미국의 정찰위성들은 작전 지역에서 북한군 활동이 급증한 것을 포착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는 북한 당국이 미군의 작전이 벌어졌음을 추후에 파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NYT 보도를 통해 새롭게 미국의 작전 내용을 알게 됐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김 위원장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주장해온 북미 정상 간의 깊은 친분이나 신뢰가 깨졌다고 생각하고 미국과 더욱 거리를 둘 수 있어서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도청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침투시켰다는 보도와 관련해 자신은 작전에 대해 알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북한 침투 작전에 대해 질문받고서는 “난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확인해볼 수 있지만 난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난 지금 처음 듣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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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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