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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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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순, 3년 만에 신작 시집…“슬픔도 비극도 유쾌한 그릇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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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김혜순 시인. 대산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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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명랑한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내 몸에서 끝없이 돋아나는 천 개의 줄/ 물속인 듯 물 없는 공중에 일렁이는 기나긴 줄// 이 줄로 아무것도 묶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매달고 싶지 않아// 나는 그냥 줄을 흔들고 싶어// 나는 그냥 해삼 말미잘 문어 뱀장어 여자/ 내게서 솟아나는 수생식물을 내가 먹는 여자”(‘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중)

    ‘한국 현대 시문학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시인 김혜순(70)이 3년 만에 신작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난다)를 지난 4일 냈다. 1979년 등단한 시인의 열다섯 번째 시집이다.

    전작 <죽음의 자서전>, <날개 환상통> 등에서 고통에 가득 찬 시들을 써왔던 시인은 이번에 “다른 시를 써야겠다 생각”한다. 책 종반부에 실린 편지에서 그는 “저는 이 시들을 편한 마음으로 썼어요. 리듬이 찾아오면 그냥 받아 적었어요. 작은 폭포처럼 떨어지는 말들을 적었어요”라며 “이 시들을 쓰면서 고통도 슬픔도 비극도 유쾌한 그릇에 담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바다의 테두리에 올라앉아/ 바다의 리듬이, 여깄네// 나는 나의 무덤 위에 올라앉아/ 죽음의 리듬이, 여깄네”(‘납작한 세상은 부풀리면서 걸어야 해’ 중)

    표제작을 비롯해 수록작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유쾌함과 리듬감이다. 시 속에서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여성 혹은 남성, “레드 인종 블루 인종 핑크 인종”(‘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중) 또한 가능하다. 경계를 넘어서고 범주를 파괴하는 유연함은 그렇기에 역으로 가장 강하다. 이때 작품 속의 유머는 단순한 가벼움이 아닌 새로운 감각을 가능하게 하는 날카로운 시선이 된다.

    이번 시집은 미발표작 총 65편을 8부로 나눠 싣고, 김혜순의 편지와 이번 시집의 대표작인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영문 번역본을 수록했다. 시인은 이번 시집 발간에 맞춰 오는 19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주간 2025’에서 동료 시인과 함께 ‘김혜순, 시하다 - 신작 시집 낭독회’ 무대에 오른다.

    김혜순은 2019년 캐나다 그리핀시문학상, 2021년 스웨덴 시카다상, 2024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올해 독일 세계 문화의 집 국제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예술·과학 아카데미(AAAS) 외국 명예회원으로도 선출됐다.

    경향신문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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