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첫 주중대사로 노태우 전 대통령 큰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러시아대사에는 '러시아통' 외교관 출신인 이석배 전 대사가, 유엔 주재 대사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 출신인 차지훈 변호사가 발탁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노 이사장을 차기 주중대사로 낙점하고 외교적 실무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노 이사장은 지난달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이끄는 대통령 특사단의 일원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향후 한중 관계에서 상당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통상 대통령의 최측근이나 장관급 이상 고위직을 역임한 인사가 주로 임명되는 주중대사에 노 이사장이 기용되는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이 대통령은 노 이사장의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의 북방외교 성과와 대중국 메시지, 국민 통합 등을 두루 고려해 이번 주중대사 인선을 결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과거부터 냉전 해체 시기를 활용해 적극적인 대(對)중국 외교를 펼쳤던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 이사장을 주중대사로 보내는 것이 곧 유화적인 대중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 이사장의 주중대사 발탁은 이 대통령이 취임 전후로 펼치고 있는 '국민 통합' 차원으로도 읽힌다. 보수 세력의 상징적 존재인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을 주중대사로 기용한다면 보수층에 긍정적인 제스처가 될 수 있다.
주러대사로는 문재인 정부 때 이미 주러대사를 역임했던 이석배 전 대사가 현재 주재국 동의(아그레망)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러 군사동맹 복원 등으로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이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검증된 베테랑인 이 전 대사를 재차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 다자외교의 야전사령관 격인 유엔 주재 대사에 '이 대통령의 변호인'을 지낸 차지훈 변호사가 발탁돼 관심을 모은다. 그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이 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국제연대위원장 등을 역임했지만 공식적인 외교 경험은 없다. 현재는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차 변호사는 2020년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단에 참여했고, 2009년부터 8년간 성남시 고문변호사로도 활동했다.
일각에서는 차 변호사가 최상위 다자외교 무대이자 세계의 안보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유엔에서 대사직을 맡기에는 부적절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각국은 유엔 주재 대사로 차관급 이상을 역임한 베테랑 고위급 직업 외교관이나, 범지구적 이슈에 전문성을 갖춘 지략가를 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써 이재명 정부 첫 '5강 대사' 인선도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주미대사로는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을 낙점해 지난달 말 한미 정상회담 때에도 함께 손발을 맞췄다. 주일대사에는 이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했고 주일공사를 지낸 이혁 전 주베트남대사가 내정돼 아그레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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