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동부 촐소누프카 마을에 러시아 드론 잔해가 10일 추락해 있다.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 일부가 나토 전투기에 의해 격추되면서, 나토 창설 이후 처음으로 동맹국 영공에서 러시아 군사 자산과 교전이 벌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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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드론(무인기)이 폴란드 영공을 침범했다가 격추된 일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에 일파만파(一波萬波)를 일으키고 있다. 대당 수천만원짜리 드론에 방공망이 뚫리면서 러시아의 직접 침공 가능성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러시아 드론이 우크라이나 지원 물자가 집결하는 제슈프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폴란드와 라트비아가 비행 제한 조치를 시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러시아 드론이 나토 영공을 침범한 일은 전에도 있었지만 격추된 것은 처음이다. 나토 영공에서의 교전 자체가 1949년 나토 창설 이후 처음이란 지적도 나왔다.
독일 일간 벨트와 주간 슈피겔은 11일 나토 관계자를 인용해 “전날 밤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 중 최소 5대가 국경 인근 제슈프-야시오니카 공항을 노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불과 70㎞ 떨어진 이 공항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군수품이 모이는 핵심 거점이자,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외국 정상들의 경유지다. 보통 비행기로 이곳까지 와서 육로로 수도 키이우까지 간다.
폴란드 정부는 이날 동부 국경 지역에서 러시아 드론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군용기와 충돌 위험을 막기 위해 12월 9일까지 민간 항공기의 야간 운행을 금지했다. 또 러시아 드론의 침범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소집을 요청했다. 인근 국가인 라트비아도 러시아와 벨라루스 접경 50㎞ 구역 영공을 폐쇄했다.
나토 차원에서도 대응 전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프랑스가 라팔 전투기 3대를 폴란드에 배치하겠다고 제안했고, 독일은 이미 폴란드에 배치된 유로파이터 전투기를 추가 파견하기로 했다. 영국도 전투기 배치를 검토 중이다. 네덜란드는 대공 방어 무기를, 체코는 헬리콥터를 더 보낼 예정이다. 실전에서 러시아 드론과 교전한 경험이 있는 우크라이나는 폴란드군에 드론 격추 훈련을 제공하기로 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한국과도 잠재적 방위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나토 방공망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러시아의 순항·탄도미사일 방어에만 집중한 결과 저고도로 느리게 날아오는 드론 탐지에는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유럽 매체들은 “대당 1만달러(약 1390만원)짜리 드론을 잡으려 패트리엇 미사일, F-35 전투기, 조기경보기까지 동원돼 100배가 넘는 돈을 썼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우크라이나의 ‘드론 잡는 드론’ 기술 확보에 나섰다”며 대당 3000~5000달러에 불과한 요격 드론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0일 밤 우크라이나 공습에 나섰던 러시아 드론 약 20대가 폴란드 영공에 깊숙이 들어왔다. 폴란드의 F-16 전투기와 네덜란드의 F-35 스텔스 전투기가 긴급 출격해 4대를 격추했다. 러시아는 “우리 드론이 폴란드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나토와 독일 국방부는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작전을 벌인 정황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슈피겔은 “값싼 정찰 무기로 서방의 방위력을 시험하는 전형적 핀프릭(pinprick·찔러보기)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폴란드 당국은 격추된 드론의 파편을 분석해 “방공망 교란용 ‘게르베라’ 드론이 많았다”고 밝혔다. 자폭 공격 드론과 함께 투입해 적의 방공 미사일을 유인하는 ‘미끼’ 드론이다. 합판·유리섬유·스티로폼 등으로 가볍게 만들어 폭탄을 싣지는 못하며 대당 가격은 1만달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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