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4일 이스라엘 팀이 참가한 사이클 경기대회를 중단시키려는 반이스라엘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경기가 치러지는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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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이스라엘팀이 참여한 국제사이클 경기가 중지되는 등 반이스라엘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스페인 정부도 서방 국가로서는 이례적인 친팔레스타인-반이스라엘 입장을 분명히 하며 시민들의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사이클 국제경기인 ‘부엘타 아 에스파냐’의 조직위는 14일 이 대회의 최종 경기가 중단됐다고 확인했다. 이 대회는 이날 마드리드에서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반이스라엘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경기가 열리는 도로를 막아서 경기가 치러지지 못했다.
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이 대회에서 ‘이스라엘 프리미어 테크’ 팀의 참가를 항의하며 대회를 방해해왔다. 이 팀은 세계유대인회의(WJC)의 이스라엘 지부 의장인 유대계 캐나다인인 부동산업자 실반 아담스가 소유한 팀이다. 아담스는 세계유대인회의를 이스라엘의 국제적 이미지를 진작시키는 기구라고 언급해왔다. 대회 조직위는 다른 팀의 안전을 위해 이 팀의 자발적인 철수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10만명의 시민들이 참가해 마드리드 거리를 점거했다. 이날 마드리드에서는 1천명 이상의 경찰이 배치돼 도로를 점거하려는 시위대에 최루가스를 쏘며 막으려 했다. 최근 몇주 동안 이 대회는 반이스라엘 시위대들의 방해를 받아왔다. 빌바오에서 열린 11번째 경기는 지난 주 시위대가 결승선을 막아버려서 우승자 없이 무산됐다. 지난 9일 갈리시아에서 열린 16번째 경기 역시 시위대 때문에 단축됐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말라가에서 열린 집권 사회당 대회에서 “오늘은 부엘타의 종료를 기념하는 날이다”며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같은 공정한 대의를 위해 뭉친 스페인 국민에게 존경을 보낸다”며 “스페인은 오늘 인권 옹호를 위해 한걸음 전진하며 국제사회에 모범으로 빛났다”고 치하했다.
스페인 정부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서방 국가로서는 이스라엘에 가장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스페인은 지난해 아일랜드 및 노르웨이와 함께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했고, 남아공이 국제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이 대량학살(제노사이드) 방지 협약을 위반했다며 제소한 사건을 지지했다. 또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부분적으로 금지했다.
스페인은 지난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점령에 항의해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고, 이스라엘의 극우 각료 2명을 입국 금지했다. 스페인 정부는 부엘타 사이클 대회에 이스라엘의 참여 금지를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참여를 금지하는데, 가자를 점령하려는 이스라엘 역시 참여가 금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8일 스페인은 “핵 폭탄도, 항공모함도, 대규모 유전도 없다”며 그래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멈추게 할 수 없다”고 이스라엘의 공격에 의해 고통받는 가자 주민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에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산체스 총리가 “이스라엘을 막을 수 있는 원자폭탄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개탄한다”며 “친팔레스타인 폭도를 선동한다”고 비난했다.
스페인은 지난 1986년까지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은 마지막 유럽 국가로 전통적으로 아랍 국가들과 유대감을 보여왔다. 아랍권과의 오랜 교류 및 반영국·반프랑스 정서가 아랍 세계와의 유대감을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사회당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세력들도 팔레스타인을 적극 옹호하는 진보 성향이다.
산체스 총리의 스페인사회주의노동자당은 스페인공산당 등이 포함된 통합좌파 수마르 및 진보 성향의 지역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연립정부 내에는 풀뿌리 좌파 운동인 포데모스, 바스카 및 카탈루나 분리주의 정당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정당들은 다양한 방법과 차원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탕니 저항운동 및 탈식민 투쟁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해 엘카노왕립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국민의 78%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지지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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