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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트럼프 “우크라, 나토 지원 받아 승리 가능” 대러 전략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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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계기 양자 회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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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고, 본래의 국경선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양보해야 한다던 입장에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전투기가 나토 영공을 침범할 경우 “격추해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외교적 접근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전략을 수정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는 지난 3년 반 동안 의미 없는 전쟁을 이어오고 있다. 진정한 군사 강국이었다면 일주일도 안 되어 끝났을 전쟁이었다”며 “이제는 우크라이나가 행동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강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고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시간과 인내, 그리고 유럽연합과 나토의 재정적 지원만 있다면, 전쟁이 시작된 원래의 국경선 회복은 충분히 가능한 옵션”이라며 “왜 안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무기를 계속 나토에 공급할 것이며, 나토는 그 무기를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되찾는 것을 응원한다”고 재확인했다. 다만 미국의 직접 개입보다는 나토를 통한 간접 지원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해선 조롱섞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러시아는 ‘종이호랑이’처럼 보이고 있다”며 “모스크바를 포함한 러시아 전역의 도시와 마을에서 국민들이 휘발유를 얻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등 전쟁 경제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 예산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소모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동 회견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을 “놀라운 용기를 가진 군대”라고 칭찬하며 “이 전쟁은 3일 만에 끝났어야 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러시아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러시아의 약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해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열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자리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나토 회원국 영공을 침범하면 격추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최근 러시아군의 전투기 및 드론이 폴란드, 에스토니아, 덴마크 등 나토 회원국들의 영공을 침범했거나 침범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다만 미국이 직접 격추 작전에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다만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 시비에스(CBS)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항공기가 나토 영공을 침범한다고 해서 즉시 격추하진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상반된 의견을 밝혔다. 그는 “통상적으로는 해당 항공기에 대해 요격(intercept) 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요격은 적대적일 가능성이 있는 항공기나 미사일을 식별, 추적, 접근해 진로를 바꾸도록 하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격추는 항공기 또는 미사일을 무력을 사용하여 파괴하는 행위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도 예고했다. 그는 이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유럽을 향해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며 전쟁 자금을 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럽은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대폭 줄였지만, 헝가리·슬로바키아·프랑스·벨기에·스페인 등은 여전히 러시아산 에너지를 주요하게 수입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계속 수입 중이며, 이는 2030년대 초까지 지속되는 ‘수입하거나, 중단시 위약금 지급’ 조항이 포함된 기존 계약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끝낼 준비가 안 돼 있다면, 미국은 즉시 강력한 관세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관세가 피를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이 조치가 효과를 보려면 유럽 국가들이 동일한 조치를 함께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유엔총회 기간 동안 유럽 지도자들과 개별 회담을 갖고 이 문제를 직접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24일 “러시아는 호랑이가 아니라 곰에 비유된다”고 바로잡으며 “하지만 러시아는 종이 곰이 아니라 진짜 곰이다. 러시아는 회복력과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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