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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달에만 6번 침범… 러 드론·전투기, 나토 하늘까지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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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의 속셈은 뭘까

    조선일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설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첫 사례일 뿐이고, 러시아 드론이 이미 유럽 전역을 날고 있다”고 경고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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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무인기(드론)와 전투기가 최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영공을 잇따라 침범하면서 유럽의 긴장감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주요 공항과 군 기지에 대형 드론이 출현해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고, 군용기가 비행 도중 GPS(위치정보시스템) 신호 방해를 겪는 등 나토에 대한 공중 위협이 이달에만 최대 여섯 차례 벌어졌다. 러시아가 나토의 대응 태세를 시험하고 있다는 해석과 함께, 유럽을 향한 러시아의 확전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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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진영


    24일 덴마크 올보르 공항과 스크뤼드스트루프 공군 기지 등 최소 5곳 상공에 미확인 드론이 출현해 일부 시설이 일시 폐쇄됐다. 지난 22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공항에 드론이 나타나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 지 이틀 만이다. 24일 오전에는 스페인 국방장관을 태우고 리투아니아로 향하던 군용기가 러시아 본토에서 떨어진 역외(域外) 영토 칼리닌그라드 인근 상공에서 GPS 신호 방해를 겪었다. 스페인은 리투아니아 샤울랴이 기지에 공군 파견대를 배치하고 발트해 상공의 러시아 군용기 활동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 사건의 경위는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코펜하겐 공항 드론 출몰 후 “러시아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는 등 유럽 각국은 러시아를 배후로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 군용기가 나토 동맹국 영공을 침범하는 일도 계속됐다. 앞서 지난 10일 새벽 러시아 드론 20여 대가 폴란드 동부 상공을 침범해 폴란드와 나토 전투기가 이 중 3~4대를 격추했다. 나토가 러시아 군용기를 나토 영공에서 격추한 것은 1949년 창설 이후 처음이다. 이어 13일엔 러시아 공격 드론 한 대가 루마니아 영공을 침입, 루마니아군 F-16 전투기가 요격에 나섰다. 19일에는 러시아의 미그-31 전투기 3대가 에스토니아 영공을 12분가량 침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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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근방에서 러시아 군인이 ‘자폭 드론’으로 불리는 Kub-BLA 무인기를 조작하고 있다./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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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4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러시아 드론이 이미 유럽 전역을 날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가 최근 폴란드,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등 영공을 침범한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을 확대하고, 계속하려 한다”며 “이젠 (유럽의) 그 누구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나토는 동맹국 간 최고 협의체인 북대서양이사회(NAC)를 열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NAC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무모한 영공 침범을 즉각 중단하라”며 “나토는 모든 군사적·비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억지에 나서겠다”고 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기자회견을 열어 “의도적이든 아니든, 러시아의 위험한 행태가 반복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응을 둘러싼 나토 각 동맹국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또다시 영공이 위협받을 경우 역시 격추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러시아와 가까운 나토 동부 전선 국가에서도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독일과 핀란드 등은 “즉각 격추는 푸틴의 확전 전략에 빠지는 것”이라며 성급한 무력 사용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군용기가 나토 영공을 침범하면 격추해야 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지만, 미국이 격추를 지원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즉답을 피했다.

    러시아는 책임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 “우리 드론은 최대 비행 범위가 700㎞를 넘지 않아 폴란드 국경까지 날아갈 수 없다”거나 “러시아 군용기는 사전 합의된 경로로 날았고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덴마크 공항 운항이 드론으로 중단된 사건에 대해서도 “유럽과 긴장을 고조시킬 이유가 없다”며 배후설을 부인했다. 시치미를 떼고 나토 내에서 벌어지는 소란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서방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러시아가 나토의 대응 시간, 교전 규칙, 지휘통제 절차를 떠보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확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나토의 대응 태세를 파악하려는 의도적 작전이라는 것이다. AP는 “러시아가 전자전 드론과 저가 드론을 섞어 나토 방공망을 교란하고 반응 패턴을 수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관심을 자국 방어로 돌려 방공망 등 군사 지원을 약화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 매체들은 “수천~수만달러짜리 드론을 요격하려 수천만달러짜리 F-35 전투기가 출격하고 있다”며 “유럽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게 하려는 저강도 도발”이라고 분석했다. 가디언 등은 “공항 등 민간 인프라가 계속 혼란을 겪으면 국민의 불만이 커진다”며 “러시아가 나토 내부의 균열과 피로도를 누적시키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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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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